[경마]한국경마를 놀라게 한 ‘작은거인’의 힘...“작은 고추가 매워”

입력 2012-03-1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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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방송에서 한 여대생이 ‘신장 180㎝ 이하의 남자는 ‘루저’라고 말한 이후 정치·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에 갖가지 유행어와 패러디를 만들어 내며 루저는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하지만 키가 큰 사람이 무조건 경쟁력이 높은 것도 아니다. 키가 작아도 최고가 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

요즘 경마계의 시선이 데뷔 8개월이 안 된 현역 최단신 기수에게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서울경마공원에서 데뷔한 서승운 기수의 공식 프로필 키는 150cm, 현역 기수 가운데 최단신이지만 활약은 180㎝ 장신 부럽지 않다. 장거리 상위군 경주까지 가리지 않고 승수를 올리며 서울경마공원 다승왕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

지난 10일 제6경주(1200m)에서 ‘아리랑특급’에 기승한 서승운 기수는 빠른 스타트로 중상위권을 유지하며 결승선 300m 남겨놓고 폭발적인 뒷심을 발휘, 막판 치열한 경쟁을 펼친 ‘연승연호’를 1마신차로 따돌리고 극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서승운 기수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7경주와 8경주에서도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더비가드’와 ‘타임존’에 기승해 과감한 선두권 공략에 나서며 우승을 차지해 쌍승식 760배의 고배당을 터트리 등 하루 동안 3승을 쓸어 담으며 과천벌을 술렁이게 했다.

서승운 기수는 올해 통산 67전 12승을 기록하며 한국경마에서 내로라하는 문세영(33승), 오경환(16승), 박태종 (14승) 기수에 이어 다승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통하는 조경호 기수는 7승으로 데뷔 8개월 차 수습 기수에게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서승운 기수의 별명은 ‘작은 거인’. 키는 최단신이지만 탄탄한 체력과 감각적인 기승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수 엘리트 코스인 마사고등학교를 기수과를 졸업한 그는 고교 시절부터 기수에게 필요한 기승술과 말 관리를 몸에 익혀 데뷔 첫 해 12승을 올렸다. 특히 신인기수 최초로 데뷔 3개월 만에 두둑한 배짱과 기승술을 인정받아 한국경마 최강의 경주마들이 출전하는 그랑프리에 ‘요동제왕’과 함께 출전하는 기회도 얻었다. 최근에는 물오른 기승술에 자신감까지 더하면서 조교사들로부터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기수들은 대체적으로 단신이 많지만 서승운 기수는 그 가운데서도 눈에 띄게 작다.

기수가 되기 위한 키는 168㎝ 이하. 경마 기수의 세계에서 신장 168㎝ 초과자는 진입조차 할 수 없는 루저인 셈. 부담중량(특정 경주에서 경주마가 짊어져야 하는 총 무게)이 경주의 큰 변수로 작용하는 경마에서는 체격이 왜소할수록 유리하다.

서승운 기수는 자신의 체격 조건을 최대한 활용하는 독특한 기승법을 이용하고 있다. 남들과 다르게 짧은 등자를 사용, 안정감을 더할 수 있고 달릴 때 공기 저항을 덜 받는 기술을 익혔다. 서승운 기수의 최대 강점은 신인기수의 최대 핸디캡인 긴장감을 찾아 볼 수 없고 경주마 템포조절에도 상당히 능숙해 대형 기수로서의 자질을 갖춘 셈이다.

서승운 기수는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하고 활동적이어서 형사가 되고 싶었다. 키가 작아 포기했지만 내 키의 배가 넘는 경주마를 타고 경기를 할수록 자신감이 커지고 있다. 일단 기본이 탄탄한 기수가 되는게 목표고 큰 경주에서 우승하는 것도 욕심이 난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서승운 기수는 ‘심승태 기수의 수제자’로 불린다. ‘학구파 기수’로 유명한 심승태 기수는 중앙대학교 체육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마사고등학교 교생실습을 하던 중 학생이었던 서승운에게 기수로써의 마음가짐과 기본기를 가르쳤다.

심승태 기수는 “작은 체구지만 플레이에 독기가 있다. 경주마의 능력을 끄집어 낼 수 있는 능력이 뛰어나다. 전술의 모든 걸 이해하는 몇 안 되는 기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심기수는 단거리는 물론이고 장거리 경주에서 힘안배를 통한 막판 우승 결정력까지 갖춘 ‘전천후 플레이어’라고 말했다.

4월 미국 연수를 앞두 있는 서승운 기수의 목표는 하나다.

한국에서 습득한 기승술이 미국에서도 통하게 만들겠다는 것.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고 정상급 기수에 도전장을 내민 ‘작은 거인’ 서승운. 그의 말몰이에는 더 많은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 이때문에 매 경기 진화하는 서승운의 활약은 더욱 가치 있게 평가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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