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차, KT 등 192개 상장기업이 오늘 일제히 주주총회를 열었지만 증시의 분위는 잠잠했다. 개인들이 순매수로 지수하락을 방어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코스피지수는 소폭 하락세로 장을 마감했다.
◇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긍정적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서 피로를 느끼는 현상은 이번에도 다시 되풀이되고 있다. 2000선 초반의 박스권을 넘어서려면 뭔가 확실한 상승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루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지만 국내증시를 둘러싼 환경은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투자를 노리고 있는 대기 자금이 풍부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2월까지 증권사 RP(환매조건부채권), 펀드 일임자산, CMA, 펀드 잔액 등 금융투자상품의 규모는 65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3조원이나 증가했다. 여기에 연초에 펀드에서 환매된 4조7345억원이 자금이 재투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유럽위기완화와 글로벌 저금리 기조, 경기지표 회복세로 위험자산 투자에 대한 선호현상이 커지고 있는 점 역시 좋다. 전기전자(IT) 업종의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애플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경기 회복세의 신호탄으로 해석 할 수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미국과 한국시장에서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채권의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너무 올랐다? 그래도 길게 보면 주식
지난 10년간의 조정장세에 길들여진 투자자들은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서면 조정에 대한 불안감을 느낀다. 지난 14일 기준 국내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 제외)에서 1620억원이 순유출됐다. 이에 이달 들어 빠져나간 자금도 5330억원으로 늘어났으며, 올 들어 이탈한 자금만 5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그렇다면 증시가 올랐다고 돈을 빼 안전자산으로 옮겨놓는 게 과연 더 이익일까.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오늘 공개됐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연세대 통계연구소와 함께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1975년부터 2011년까지 37년간 투자자가 코스피에 투자한 경우, 주식수익률에서 채권수익률을 빼는 형태로 계산한 위험 프리미엄은 2002년이후 플러스를 기록, 주식투자가 채권투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위험 프리미엄은 2002년부터 10년간 투자 시 75.10% 포인트, 5년간 투자 시에는 5.10%포인트, 3년간 투자 시는 48.23%포인트로 각각 나타났다. 그 격차만큼 주식 수익률이 채권수익률보다 높다는 뜻이다. 또한, 2000년 이후 연도별로 5년간 투자했을 때 얻는 위험프리미엄은 2000년부터 2004년 기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식이 채권 수익률을 웃돌았다.
즉 장기투자를 생각할 때에도 주식이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이제 투자자들은 코스피 2000선에서 발을 빼는 근시안적인 투자보다는 위험자산에 대한 장기투자로 물가상승률을 뛰어넘어야 할 시기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