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그의 공언이 흔들리고 있다. 금통위원 내정자가 MB와 모두 인연을 맺은데다 친정부 성향 인사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학계와 시장은 물가안정보다는 성장 위주로 통화정책이 흐를 것을 염려하고 있다. 한은 노조도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하성근 연세대 교수(추천기관 금융위원회), 정해방 전 기획예산처 차관(기획재정부), 문우식 서울대 교수(한은), 정순원 전 현대기아차 사장(대한상공회의소)이 각 기관에서 금통위원으로 추천됐다.
오석태 SC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매파는 가고 모두 비둘기파로 채워졌다”고 평가하면서 “당분간 금리 인상 얘기는 잘 안 나올 수 있다”고 촌평했다.
문 내정자는 2007년 MB 대선캠프의 정책자문단에서 활동했다. 김태준 전 금융연구원장, 유우익 통일부 장관, 곽승준 대통령실 미래기획위원장 등이 그와 함께 활동했다.
문 내정자가 김 총재와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함께 일한 것도 논란거리다. 김 총재가 한은 부총재보로 KDI 출신인 김준일을 내정한 데 이은 인맥형 인사를 하고 있는 탓이다.
통상 한은 총재의 경우 매파로 분류되는 한은 출신을 금통위원으로 추천해왔다. 그러나 한은 출신이 배제되면서 이 같은 균형이 깨졌다. 통화정책 신뢰성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매파가 있어야 견제와 균형을 이뤄지는데 한쪽으로 치우치면 시장에 여러 메세지를 주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7명의 금통위원 중 관료 출신이 2명으로 구성된 것도 논란거리다. 한은의 독립성을 훼손하기 때문이다. 현재 임승태 위원은 재정경제부 출신이다. 여기에 정 전 차관이 내정됐다. 지난 2002~2004년 김병일(전 기획예산처 차관), 이근경(전 재정경제부 차관보) 전 위원이 함께 금통위원으로 재직한 이후 관료가 두 명 이상이 된 것은 처음이다.
배경태 한은 노조 위원장은 “김 총재 취임 이후 독립성을 많이 잃었는데 분기점으로 여긴 금통위원 내정마저도 시장에 독립성 강화 신호를 주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은 노조는 내부 회의를 거쳐 문제제기를 할 방침이다. 출근저지 등의 강수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정 전 사장의 경우 지난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조성 사건으로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검찰의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대기업 사장 출신이란 점도 ‘시장으로부터의 통화정책 독립’과는 거리가 멀다.
이번 금통위원은 막판 수차례 후보자 교체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MB인맥 챙기기로 귀결돼 시장의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총선 승리에 따른 자신감이 때 이른 발표의 이유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김 총재 취임부터 통화정책 독립성이 의심되는 터에 이번 인사로 금통위가 시장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