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중국에서는 LCD, 국내에선 OLED 생산이라는 투트랙 디스플레이 전략을 구사한다. 이를 위해 양사는 중국 LCD 공장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국내 LCD 제조라인의 일부를 TV용 OLED 라인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ㆍLG디스플레이는 2년여를 미뤄 온 중국 LCD 생산라인 건설을 하반기에 본격화한다.
삼성은 지난해 중국 공장 LCD 규격을 기존 7.5세대에서 8세대로 변경하고, 이를 중국 정부에 요청해 지난달 승인 받았다. 이에 따라 내년 말 생산을 목표로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낸다. 삼성은 지난해 5월 착공식을 가졌으나 세대 변경 작업 등으로 부지 평탄화 등 기반 공사를 벌여왔다.
LG디스플레이도 오는 22일 중국 광저우에서 8.5세대 LCD 생산라인 기공식을 갖고 기초 기반공사를 시작한다. 지난 2009년 8월 광저우시와 LCD 패널을 생산하는 공장 건설을 위한 MOU를 체결한 후 2년 넘게 미뤄지다 드디어 건설에 들어간다.
회사 측은 "투자 방법 및 구체적인 일정은 디스플레이 시황 및 수요, 전반적인 투자 전략 등을 면밀히 검토한 후 6월말께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CD 시황이 공급 과잉에 빠져 있지만 중국 내 투자는 불가피하다. 지난해 세계 컴퓨터의 90.6%, TV의 48.8%, 휴대폰의 70.6%가 중국에서 생산됐다. 또 중국 정부가 최근 대형 LCD패널의 수입 관세를 높이면서 현지 생산이 유리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TV, PC, 휴대폰 등 비중이 커지고 있어 현지에 공장을 짓는 게 유리하고, 관세가 높아지면 국내서 생산해 중국에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과 LG의 향후 LCD 생산의 중심 축은 중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국내에서는 OLED 사업 위주로 디스플레이 사업이 진행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생산라인을 해외에 건설하는 것은 기술유출에 대한 위험 부담이 있다.
삼성은 오는 7월 삼성디스플레이·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에스엘시디(S-LCD) 등 디스플레이 3사의 통합법인이 출범하는 대로 국내 8세대 LCD 생산라인 일부를 OLED로 전환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도 최근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기존 LCD 생산라인을 OLED로 전환하는 것이 OLED투자의 기본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결국 OLED로 전환되는 국내 LCD 생산설비는 중국에 건설되는 공장으로 옮겨질 것이란 분석이다. 새로 중국에 LCD 생산라인을 깔 경우 가뜩이나 좋지 않은 LCD 값이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LCD 값은 지난 2010년부터 매년 10% 이상 급락해 삼성과 LG는 지난해 각각 조 단위의 적자를 냈다. 장비를 옮기면 중국 투자 비용도 절반 이하로 아낄 수 있다. LCD 생산라인의 중국 이전은 가격 하락에 따라 생산원가를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