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추어 여성골퍼들은 어떨는지 몰라도 프로골퍼들은 8개월까지 한다. 산모에게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물론 태어날 아이도 튼실하게 자란다.
지난달 29일 세레지오CC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이데일리-리바트 오픈에서 눈길을 끈 선수가 있다. 드라이버 샷을 하고 배를 한번 쓰다듬거나, 허리에 손을 얹고 힘겹게 걷는 모습이었다. 주인공은 지난해 한경-메트라이프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최혜정(30·볼빅)이다. 임신 7개월로 접어들고 있다. 20대 초반 미혼 선수들이 주를 이루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임산부 선수를 보는 것은 흔치 않은 일. 더욱이 대회가 열리는 코스의 길이는 보통 6~7km 정도여서 임신한 골퍼에게 장거리를 걷는 것이 무리일 법도 하다.
이런 조건 속에서 최혜정은 이 대회에서 공동 5위에 올랐다.
최혜정은 “결혼식을 올리면서 연습을 많이 못해 욕심 내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는데 오히려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날씨가 풀리면서 태아에게 태교도 시켜 줄 겸 대회에 출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흘간 경기를 하면서 어려운 크게 어렵거나 불편한 점은 없었다. 오히려 뱃속에 아이가 있다는 생각에 행복하게 경기를 즐겼고, 정신적으로 편안해 경기가 잘 풀렸다. 특히 우리 둥이(태명)가 집중할 때가 언제인지 알고 잘 움직이지도 않더라...효자다”라며 여유롭게 웃어 보이기까지 했다.
한희원(34·KB금융)도 지난 2007년 임신 당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만날 수 있었다. 임신 7개월까지 투어 생활을 계속했고 건강한 남자 아이를 출산했다.
박현순(40) 국가상비군 코치도 2004년 임신 6개월의 몸으로 ADT캡스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 공동 선두 나서기도 했다.
이밖에도 김형임(48), 심의영(52), 구영희(44) 등 주부선수들이 임신한 상태에서 대회에 도전했다.
외국선수로는 스코틀랜드의 카트리나 매튜(42)가 임신중 우승에 이어 출산 11주만에 메이저대회 챔피언으로 등극하는 등 눈부신 성적을 거뒀다. LPGA 통산 4승을 기록중인 그는 이 중 절반인 2승을 인신중과 출산후에 달성했다.
산부인과 전문의는 “임신 중에는 스키나 에어로빅, 테니스 등 격렬하고 강도 높은 운동은 피해야 하지만 골프, 요가, 조깅 등 가벼운 운동은 산모뿐 아니라 태아에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골프는 신체에 크게 무리를 주거나 개인운동이기 때문에 큰 부상의 위험이 적고 태아에게 부담을 주지 않아 임산부들에게 권장한다. 샷을 하고 다음 지점까지 걸으면서 이동하기 때문에 오히려 산모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
프로들은 임신중에 치는 골프가 신체적 뿐 아니라 정신적인 측면에선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최혜정은 “임신초기에는 다소 신경질적으로 변해서 멘탈 운동인 골프에 치명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뱃속의 아기가 커가면서 점점 여유가 생겼고 처녀 때 가졌던 나쁜 습관들이 고쳐지더라”며 “후배 선수들에게도 결혼하고 임신을 해도 계속해서 선수생활을 이어나가길 권유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선수로서 임신한 몸을 이끌고 경기에 참여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골프는 비교적 정적인 스포츠 종목에 속하기 때문에 출산하기 3~4달 전까지 경기에 참여 할 수 있다. 하지만 ‘결혼 후 임신’은 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어서 많은 여자 골프 선수들은 혼기를 놓치거나 결혼을 하고도 은퇴 후에 2세 계획을 세운다.
일년 내내 전국 각지를 돌면서 경기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선수들의 대부분이 잠정적으로 은퇴를 하거나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면서 어렵게 투어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정과 일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어렵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들은 여자로서의 삶을 누리기 위해 선수생활을 포기한다.
종종 미국의 줄리 잉스터 처럼 가정과 골프선수로서의 삶,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선수가 있긴 하지만 그리 많지 않다. 그는 남편의 극진한 외조를 받고 있으며 가족을 위해 자신의 스케줄을 과감히 포기할 줄도 알고 노장의 경험으로 슬럼프를 현명하게 대처 하는 등 그만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LPGA 투어에서 장수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