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나 할인점에 들어서면 수많은 상품들이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매장에 진열된 상품들은 수많은 브랜드만큼이나 다양해 때로는 혼란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매장에 진열되는 상품은 성격과 기능, 종류에 따라 나름의 법칙을 가지고 배치된다. 흔히 1층에는 화장품, 2층에는 가전제품이나 의류매장이 있다는 눈치빠른 소비자라면 기본적인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진열의 법칙’은 어떤 상품이냐에 따라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는 기준이 모두 다르다는데서 출발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가 주된 기준이 되는 상품군이 있는가 하면 가격을 기준으로 구매하는 상품도 있고, 기능에 따라 구매하는 상품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유통업체는 고객의 동선이나 구매 집중도, 구매 선택 기준 등을 면밀하게 감안해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그러면 에스컬러이터 주변에는 어떤 상품들이 진열이 될까. 화장품, 선글라스 등 잡화 상품군이다. 반면 고가 의류 브랜드의 경우에는 에스컬레이터와 떨어진 곳을 좋아한다.
화장품에 있어서도 색조화장품과 기초화장품의 경우 매장의 선호가 구분된다. 색조화장품의 경우 단품 판매 위주로 이루어 지고, 상담에서 판매까지 이뤄지는 시간이 길지 않아 고객 의자가 따로 필요 없기 때문에 아일랜드 매장(고객 동선 사이에 있는 매장으로 대면이 넓음)을 선호한다.
그러나 기초화장품의 경우 제품의 기능성과 세트 판매 위주로 이루어져서 상담에서 판매까지 이루어 지는 시간이 많이 필요해서 의자가 항상 비치돼 있고 벽면 매장을 선호한다.
의류의 경우 고가 브랜드는 에스컬레이터에서 떨어진 조용한 곳을 선호하고,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에스컬레이터 주변을 선호한다.
백화점에서도 매장 위치 선정시 고가 브랜드 및 상위 브랜드는 구석진 벽면 매장에 위치해 놓는다. 인기브랜드를 구석진 벽면에 놓는 이유는 브랜드 입장에서 고객에게 조용한 쇼핑을 제공할 수 있고, 백화점 입장에서도 고객이 해당 브랜드를 찾아가면서 다른 브랜드에도 관심을 갖게 돼서 서로간에 윈윈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매니아가 적고, 지나가는 고객에게 어필을 할 수 있도록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매장을 위치해 놓는다.
또한 고객의 동선이 좌측에서 우측으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해 좌측은 밝은색, 우측은 어두운 색 방식의 ‘컬러 머천다이징’ 기법도 적용되고 있다.
이 같은 기본 원칙 외에 각 업체는 수시로 매출 실적이나 시장 상황, 계절 등에 맞춰 각 상품군에 할당된 진열 공간을 재배치한다.
특히 지나가던 고객의 눈길을 모을 수 있는 품목 할인 상품은 대부분 매장의 전면에 배치된다. 저렴한 가격의 상품에 눈길이 잡힌 고객은 관심을 가지고 매장 앞쪽에서 상품을 고르다가 이와 코디 할 만한 다른 상품을 고르기 위해, 혹은 또 다른 상품을 고르기 위해 매장 안쪽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옷걸이를 이용해 걸어둘 수 있는 상품도 매장 전면에 매대를 이용해 쌓아두기도 한다. 좀 더 저렴한 느낌을 줄 수 있어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가 쉽기 때문이다.
정장 의류와 같이 목적성 구매 성향이 강한 상품은 매장 앞에서 상품을 보고 구매까지 결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런 매장들은 가능하면 매장의 깊이를 깊게 만들어 고객이 보면서 생각하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인 매장의 깊이가 5~6m 정도라면 이러한 매장은 8m 정도까지 깊이를 줘 시간적 여유를 마련한다. 따라서 중앙부에 상품을 진열하기보다는 벽면을 중심으로 길게 상품을 진열하여 고객의 동선을 길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