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연륙교 건설이 정부와 인천시간 불협화음으로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가 꺼내든 ‘선착공 후협상’ 카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인천시는 그동안 제3연륙교 조기 착공 허용을 주장하고 있지만, 국토부는 영종대교와 인천대교의 교통량이 목표 수치에 근접해야 제3연륙교 건설을 검토할 수 있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국토부는 “인천시가 MRG 부담을 책임진다는 가정 하에서만 제3연륙교 건설을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인천시와 국토부의 팽팽한 대립 구도 속에 사업시행자인 LH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어 제3연륙교 건설을 둘러싼 갈등은 한 동안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 인천시에 따르면 이지송 LH공사 사장은 제3연륙교 건설과 관련해 인천시의 방침인 ‘선착공 후협상’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사장은 이날 오후 인천시청에서 송영길 인천시장을 만나 “제3연륙교를 놓겠다는 주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영종도 입주민들의 강한 반발을 부를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공항고속도로, 인천대교, 공항철도는 인천공항 때문에 만들었지만 제3연륙교는 청라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도로이므로 다리 건설을 하지 않으면 LH가 사기꾼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며 “국토부가 입장을 바꿔주기 바란다” 선착공 후협상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불과 하루 만에 LH의 입장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LH는 22일 해명자료를 통해 “이지송 사장이 송영길 인천시장과의 면담에서 말한 취지는 영종하늘도시 첫 입주가 2012년 7월 예정돼 있는 만큼 입주민의 편익을 위해 ‘제3연륙교 조기 건설이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발언이었다”고 밝혔다.
LH 측은 “인천시가 지난 7일 관보고시한 ‘제3연륙교 도시관리계획’에 대해선 청라·영종하늘도시 개발 및 실시계획에 반영하겠다”면서도 “인천시·국토부 간 손실보전 협의가 진행 중인 점을 감안, 양자 간 협의가 완료돼야 사업에 착공할 수 있다”고 자신들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제3연륙교의 착공을 위해서는 국토부 등과 적극 협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그대로 고수한 것으로, 명분상으로는 제3연륙교 건설에 앞장서야 함을 알면서도 관할기관인 국토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LH의 복잡한 심정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 국토부 “손실보전방안 없인 착공 절대불가” = 인천시가 주장하는 ‘선착공 후협상’에서 ‘후협상’의 핵심은 제3연륙교 개통 시 기존 영종대교·인천대교 통행량 감소에 따른 손실보전방안이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국토부는 여전히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시와 LH가 선착공 후협상 원칙에 합의했다 해도 손실보전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사업 승인을 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제3연륙교가 건설되면 주변 민자사업의 수입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제3연륙교 건설을 추진하는 인천시가 이 손실에 대한 보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영종대교와 인천대교는 민자를 투입해 건설된 다리여서 통행료 수입이 일정액 이하로 감소할 때 정부가 손실을 보전해야 하는 구조다.
국토부 관계자는 “인천시가 LH가 합의를 했다는 사실 자체가 불명확한 데다, 설사 그런 일이 있었다고 손실보존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건설 승인을 해줄 수 없다는 기존 방침은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LH는 영종·청라 분양 당시 제3연륙교 건설 비용을 택지조성원가에 반영해 사업비 5000억원을 이미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언제든 국토부의 승인만 있으면 당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제3연륙교를 포함한 영종하늘도시 건설 허가를 내준 국토부도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며 “제3연륙교 건설에는 최소 2년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지금이라도 먼저 착공을 한 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비율 등에 대한 협상을 시작해도 늦지 않다”고 전했다.
한편, 제3연륙교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영종하늘도시 주택사업에 뛰어든 건설사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실제 영종하늘도시 택지를 분양받은 건설사들의 계약금 반환소송은 지난 2010년부터 줄을 잇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사업성 악화가 제3연륙교 사업 지연보다는 부동산시장 장기 침체에 따른 분양성 악화에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으로 보인다.
영종하늘도시 택지의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을 진행중인 한 건설사 관계자는 “더이상 사업진행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하고 계약금 반환소송에 나서고 있으나 잇따른 패소로 앞길이 막막해지고 있다”며 “영종도는 각종 개발사업도 지지부진해 향후 전망도 불투명하다. 소송이 원만히 해결돼 손해를 줄일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