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빈소를 방문했던 한 금융권 인사가 들여주는 얘기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서로 웃으며 들어오더니 빈소에 예를 갖추고 각각 멀지감치 앉더군요. 그리곤 주변 인사들에게 서로에 대해 아쉬운 점을 토로하더니 헤어질 때는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이 둘의 사이처럼 금융당국과 우리금융은 어느새 ‘동상이몽’과 ‘표리부동’으로 대변되는 관계가 되버렸다.
일단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금융 매각과 관련 수장과의 이견조차 조율하지 못한 김 위원장과 금융당국에 있다. 두번에 걸친 우리금융 매각을 추진해 두번 다 실패한 금융위다. 우리금융 노조 등 많은 관계자들이 분리매각과 자체 민영화 등의 다양한 해법을 내놓았지만 두번의 매각 과정은 금융위 일방의 방식으로 치뤄졌고 흥행을 자신했던 김 위원장의 위신만 추락했다.
이팔성 회장도 마찬가지다. 매각 대상인 우리금융이란 조직이 매각 논의가 있을 때마다 술렁인다면 수장으로서 조직이 원하는 목소리를 대표해야 한다. 더군다나 세번째 시도하는 이번 매각조차 성공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부질없는 반목과 소요를 피해서라도 금융지주의 수장으로서 김 위원장과 공개적인 협의가 이뤄져야 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매각논의가 있을 때마다 공감 없는 목소리만 커지는 김 위원장과 뒷켠으로 물러서는 이 회장의 관계는 빈소의 반목처럼 불편한 관계로만 남게 됐다. 이 와중에 우리은행 노조는 정부가 주도하는 매각 흐름에 거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팔고자 하는 물건의 주인과 거래를 붙이려는 중계인이 반목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는 거래다. ’우리금융 매각 실패’라는 연중 이벤트가 3년째 반복되지 않으려면 두 수장간의 심사숙고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