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을 비롯한 건설업계가 공공발주 입찰 비리, 과당 경쟁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면서 자체 정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국토해양부가 발주기관 및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대안공사의 심의 제도 공정성 강화와 발전방향 모색을 하고 대한건설협회 등도 이에 대한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업계의 주체인 건설사 그 중에서도 대형사들이 먼저 나서 이미지 개선을 위한 움직임에 본격 나서는 실정이다.
업계 맏형 현대건설은 현대자동차그룹으로 편입된 후 클린 입찰에 본격 나서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2010년 중반부터 ‘글로벌 계약제도 준수’를 선언하고 입찰시 과열 경쟁을 지양해 왔다.
또한 업계 2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 역시 올 들어 사실상 최저가 공사 과열경쟁이나 턴키공사 담합 근절을 선언했다. 또 이미 2010여년부터 불필요한 영업비용 지출을 줄이는 대신 우수한 설계안을 만들고 원칙을 준수하는 데 역량을 집중시키기로 한 바 있다.
이런 움직임에는 발주처들 역시 동참하고 있다. 공공공사 최대 발주처 중 하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입찰 전 과정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클린심사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고 여타 발주처들 역시 입찰비리 근절을 위한 제도마련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최근 턴키 등에서 본래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저가투찰이 이어지며 말로만 ‘클린’을 외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추정금액 2082억원에 달하는 부산항 신항 송도준설토투기장 호안축조공사에서 현대건설은 절반가격에 불과한 1147억원(55%)을 투찰했다. 현대건설은 당초 경쟁사인 GS건설보다 설계점수가 낮았지만 워낙 저가로 투찰하는 바람에 승부를 뒤집었다.
대우건설은 턴키인 정부출연 연구기관 세종시 임차청사 위탁개발에 추정금액 대비 69.9%를 투찰해 설계심의에서의 열위를 뒤집고 이 공사를 수주했고 삼성건설도 지난해 턴키인 양평 교통재활병원 건립공사를 추정금액 대비 70.2%에 수주하는 등 대형사들의 저가수주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앞에서는 클린 경영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실적올리기에 급급한 이중성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낮은 가격에 계속해서 공사를 수주할 경우 향후 공사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굴지의 대형사들마저 반토막짜리 저가투찰을 한 상황이니 기존 시장질서가 더 문란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