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빅3’ 조선회사 중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2008년 리먼 사태 이후의 저가 수주로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 순차입금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고 현금성 자산은 감소하고 있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연결재무제표(K-IFRS) 기준 지난해 말 순차입금이 9조4000억원으로 2010년 8조원 대비 1조4000억원 급증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말 기준 순차입금이 3조9010억원으로 전년(2조7490억원) 보다 1조1520억원 늘어났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현금성 자산도 감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10년 1조8538억원에서 지난해말 1조6099억원으로 2439억원 줄었고, 대우조선해양은 704억원 감소한 5417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빅 3’조선사 중 삼성중공업은 재무구조가 오히려 개선됐다. 삼성중공업의 지난해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2210억원으로 전년(2조6691억원)에 비해 50% 이상 감소했다. 현금성 자산 역시 4467억원에서 8055억원으로 3588억원 증가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순차입금이 증가한 원인은 2009년 이후 유럽 금융사들이 선수금을 적게 주고 선박을 인도할 때 자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특히 계열사가 많은 현대중공업의 경우는 다른 조선사보다 연결재무제표에서 불리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순차입금이 감소하고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원인에 대해 2008년 리먼 사태 이전에 수주를 많이 했고, 당시 계약했던 선박들의 자금이 유입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08년 리먼 사태 이전에 수주 실적이 좋았다”라며 “당시 계약했던 부분 가운데 계약금과 중도금, 선수금 등이 한꺼번에 몰리게 돼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순차입금은 장·단기 차입금과 사채, 유동성 장기부채 등을 합친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금액으로 현금 등을 감안해 기업이 순수하게 진 빚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조선사들이 업황 불황으로 인해 현금창출 능력은 제자리이지만 선박 건조 자금을 외부 차입금이 증가해 재무구조의 악화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형 조선사들의 재무구조가 이처럼 악화된 배경은 기본적으로 그룹의 핵심 사업인 조선사업에서의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2008~2009년 글로벌 경제위기 당시 수주했던 선박 물량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곽민정 BS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조선업계는 수주한 2년 뒤 본격적으로 건조를 시작한다”라며 “2008년 리먼 사태 당시 저가로 수주 받은 조선사들은 필요자금을 계속 차입했지만 업황이 계속 좋지 못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곽 연구원은 “당시 선급금이 없는 상황에서 마진이 없는 선박들이 많이 조선사들의 현금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라며 “이 선박들은 올해 말까지 계속 건조되기 때문에 조선사들의 올해 실적도 어두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