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벤처 1세대들은 언제 도태될 지 모르는 치열한 인터넷 환경에서 살아남아 트렌드를 이끌며 성공 DNA를 전수하고 있다.
2000년대 닷컴 열풍 속에서 수많은 벤처가 명멸하는 동안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장병규 본엔젤스 대표 등 IT 벤처 1세대들은 현재 활발한 활동으로 재조명받고 있다.
이들은 NHN 창업주인 이해진 CSO와 어떻게든 인연을 맺고 있으며, 서로 간에 물고 물린 관계로 인해 사업제휴이든 경쟁이든 분쟁이든 항상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카카오톡’은 2010년 3월 출시된 이후 2년 3개월 만에 전세계 가입자수 5000만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 선보인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보이스톡’은 기존 이동통신사들의 수익 기반인 음성 매출을 위협하며 연일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86학번인 김범수 의장이 처음 입사한 곳은 삼성SDS. 여기에서 입사동기인 이해진 CSO를 만나게 되고 그와 오늘날의 NHN을 함께 만들게 된다. 하지만 ‘카카오톡’이 국내에서 네이버를 이긴 서비스로 각광받으면서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CSO는 과거 사업 동반자이자 라이벌 관계에 놓이게 됐다.
최근 엔씨소프트의 지분 14.7%를 인수하며 게임 업계를 뒤흔든 ‘빅딜’을 성공시킨 NXC 김정주 대표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한국 3대 주식부자로 선정할 만큼 성공한 벤처사업가다.
김정주 회장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86학번으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자계산학과 대학원에 입학했다. 당시 카이스트 기숙사에서 이해진CSO와 김정주 대표가 룸메이트였다는 사실은 이미 많이 알려 있을 정도로 친분 관계가 입증돼 있다.
김정주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서울대학교 1년 선후배 사이로 각자 게임 회사를 설립하기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이번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결합 배경을 두 사람의 친분 관계에서 찾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학생들이 닮고 싶어하는 CEO에 항상 이름을 올렸던 김택진 대표는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리니지’로 국내 온라인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는 대학생 때 선후배들과 ‘아래하한글’을 공동 개발했고 이후 벤처기업인 한메소프트를 창립해 한메타자교사, 한메한글 등을 개발했을 정도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천부적인 소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넥슨에 지분 매각 대금으로 받은 8045억원의 용처를 둘러싸고 무성한 추측을 낳고 있고 선택과 집중을 위한 조직개편으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21일 공개서비스를 시작한 차기작 ‘블레이드&소울’의 성공만이 이런 논란들을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벤처 업계의 ‘마이더스의 손’으로 불리는 장병규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 대표(블루홀 스튜디오 이사회 의장 겸임)가 있다. 현재 스타트업을 찾아다니며 발굴해 투자하는 일과 게임회사를 경영하는 일을 동시에 하고 있는 그는 카이스트 박사 과정이던 1997년 네오위즈를 공동 창업한 벤처 1세대다.
2010년 4월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회사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를 세운 장 대표는 투자 뿐 아니라 창업과 경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 벤처 생태계 육성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도 ‘틱톡’ 개발사인 매드스마트, ‘쿠폰모아’를 만든 씽크리얼즈를 비롯해 우아한형제들, 지노게임즈 총 10개 벤처기업에 투자하며 성공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
투자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내기도 했지만 장 대표는 큰돈을 벌기 보다는 벤처 활성화를 통한 ‘사회 환원’에 더욱 가치를 두고 있다. 투자를 검토할 때 재무제표도 없고 사무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벤처에 투자하기도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본엔젤스에는 지금도 매달 100여건의 투자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장병규 대표 역시 이해진CSO와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공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 전 ‘리니지3’ 개발자들이 엔씨소프트를 나와 장병규 대표와 손을 잡고 블루홀스튜디오를 설립하면서 김택진 대표와는 라이벌 관계에 놓이게 됐고 블루홀스튜디오에서 만든 MMORPG ‘테라’가 NHN에서 서비스되면서 이해진 의장과 한 배를 타게 된다.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해 이제는 벤처라는 말이 어색해 보이는 이들 1세대들은 적극적인 해외 공략으로 또 한번 미래 청사진을 그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