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둠 누리엘 루비니가 유로존(유로 사용 17국)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은 독일의 태도를 비꼰 말이다.
유로존의 재정위기 해법 마련을 주도해온 독일이 이처럼 미운 오리로 전락하고 있다.
‘철의 여인’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방어벽을 강화하면서 세계에서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는 것이다.
국제 사회가 독일을 비난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현재 유로존은 역내 중채무국들이 연달아 재정위기로 무너지며 자칫 붕괴할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독일은 이런 상황에서 위기 국가들이 채무를 이행하는데 거액의 프리미엄을 지불하는 상황을 묵인하는 등 대국으로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10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신청한 후 차입 금리가 40bp(베이시스포인트, 1bp=0.01%) 이상 올라 7%대를 넘나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시스템 자체에 있는 문제 때문에 스페인이 치르는 대가는 너무 비싸다”며 오히려 독일을 나무라는 분위기다.
물에 빠진 사람을 건져줬더니 보따리를 내놓으라는 식이 아닌가.
사실 독일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신용평가사인 이건존스가 독일의 국가 신용등급을 ‘A’로 한 계단 강등하면서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유럽 경제 강국이지만 유로존 위기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자칫 현재 독일 신용등급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3대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따라 나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크다.
또한 독일은 그리스나 다른 유로존 국가들이 유로존을 떠나는 것과 상관없이 막대한 규모의 회수 불가능한 대출을 안고 있다.
독일 정부의 유로존 회원국에 대한 대출 규모는 약 7000억유로(약 101조원).
이 중 절반만 떼어먹혀도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현 89%에서 114%로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여기다 유로존이 붕괴하면 독일 경제는 독일이 역내 지원에 나서는 것보다 더 큰 타격을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한 데 자국민의 안위를 등한시하면서까지 남의 일에 팔을 걷어붙일 수 만도 없는 노릇이다.
유로존 출범 이후 독일과 주변국들은 서로 누릴만큼 누렸다.
애초에 잘못된 결혼이었을 뿐이다.
결혼 상대를 속속들이 파악하지 않고 외모 만으로 선택한 것이 파국을 부른 것이다.
현재 독일은 계약 이혼을 선언하고 있다.
이는 그리스의 탈퇴 때문에 유로존이 붕괴될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을 뒤엎을 수도 있다.
어쩌면 유로존을 처음으로 이탈하는 나라가 그리스 아닌 독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