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와 파나소닉 소니 등 쟁쟁한 일본 기업들이 신흥국에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영컨설팅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최근 보고서에서 일본 기업들이 저가 시장 무시·선진국에 치중한 투자·현지 인재 확보 소홀 등의 이유로 신흥국에서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따르면 선진국은 오는 2020년까지 연 평균 2%의 경제성장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신흥국은 7%에 이른다.
일본은 물론 전세계 기업들이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흥국시장 공략이 필수인 셈이다.
다국적 기업들은 일본 기업의 신흥국 시장에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는 것이 좋다고 BCG는 전했다.
BCG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인도네시아에서 자동차와 TV 백색가전 화장용품 등의 소비재를 대상으로 브랜드 리더를 조사한 결과 일본 기업은 인도에서의 스즈키자동차, 인도네시아에서 도요타와 샤프·생활용품기업 유니참 등 4개 브랜드만이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대부분의 다국적기업들이 신흥국시장에 진입할 때 제일 규모가 큰 중저가시장을 집중 공략하지만 일본은 고가시장에만 초점을 맞추는 실수를 저질렀다고 BCG는 지적했다.
예를 들어 인도 TV시장에서 지난 2009년 브라운관TV는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지만 일본 가전기업들은 당시 값비싼 LCD TV만 판매했다.
그 결과 LG·삼성이 각각 TV시장에서 25%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동안 도시바와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3대 가전업체 점유율은 총 13%에 불과하게 됐다.
BCG는 인도에서 전체 매출의 80%가 중저가시장에서 온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본 기업들의 선진국에 치중한 투자도 문제다.
지난 2006~2010년 5년간 일본 기업들은 신흥국에서 387건의 인수·합병(M&A)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은 신흥국 M&A 건수가 2349건, 영국이 555건, 독일이 505건에 달했다.
미국과 유럽은 여전히 일본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 대상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BCG는 현지 인재를 적극적으로 확보하지 않은 것도 일본이 신흥국에서 고전한 주요 이유라고 분석했다.
현지인 간부가 없는 기업이라면 각 시장상황에 맞는 제품과 전략을 내놓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고 BCG는 꼬집었다.
LG와 같은 한국 기업들은 법인장 등 일부 주재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지인을 고용하고 있다고 BCG는 강조했다.
LG 인도 법인은 총 5500명 직원 중 주재원이 15명에 불과하다고 BCG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