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004년 출범한 만모한 싱 정권은 인도를 연평균 9% 성장하는 국가로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극심한 성장 둔화와 통화 가치 추락, 만연한 부정부패와 지지부진한 개혁으로 인도는 총망 받는 시장에서 세계 경제의 뇌관 신세로 전락했다.
3월 말까지 연간 GDP 성장률은 6.5%였으나 이는 정부가 예측한 6.9%에는 못 미친 수치다.
인도 통화인 루피화 가치도 급락하며 경제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루피화 가치는 달러에 대해 지난 1년간 30% 가량 하락했다.
일반적으로 통화 가치의 하락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수출이 늘어나면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인도는 다르다.
인도는 원유의 경우 전체 수요의 80%를 수입으로 충당한다. 지난해 수출이 11% 늘었지만 수입은 그 두 배인 22% 증가했다.
4월 인도의 무역수지는 134억달러 적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89억달러에 비해 크게 늘었다.
장기적인 루피화 약세는 인도의 국제 수지 악화로 연결되는 만큼 정부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루피화 약세에다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안전자산 회귀 현상까지 겹치면서 외국인들은 인도에서 자금을 회수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증시에서 올들어 5월까지 4200억루피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올초 오름세로 출발한 주가는 2월부터 하락세로 전환, 이달 들어 겨우 상승 기조를 회복한 상태다.
인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고물가에 시달리게 됐다.
2008년 1분기에 6%였던 물가상승률은 2010년 1분기에 15%까지 치솟았고 최근에는 7%대에 머물고 있다.
인도중앙은행은 6월28일 보고서에서 인플레 리스크로 경제 성장에 대한 위협이 계속될 것으로 우려했다.
재정도 문제다.
인도 정부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율 전망치를 4.6%에서 5.9%로 상향했다.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이처럼 총체적 난국에 빠진 인도의 국가 신용등급을 일제히 끌어내리고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11일(현지시간) 인도가 성장 둔화와 민주적 경제정책에 대한 정치적 장애들로 인해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 중 처음으로 투자적격등급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S&P는 현재 인도에 ‘BBB-’ 등급을 부여하고 있다.
이는 투자 부적격등급 이른바 정크등급에서 한 단계 위에 불과하다.
피치 역시 지난달 18일 인도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피치는 기업활동이나 민간 투자에 대한 환경 개선 노력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인도의 잠재적 성장력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싱 총리와 대치해온 프라납 무커지 재무장관이 사임하면서 정계의 갈등 요인이 해소된 점은 환영할 만하다.
전문가들은 무커지 장관의 사임으로 싱 총리의 산업정책과 세제 개혁에 박차가 가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