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개발 의혹에 따른 경제 제재로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이 해상에서 원유 밀거래를 시도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판매되지 않은 원유를 저장해뒀던 이란의 구형 유조선 65척이 최근 페르시아만 해역을 표류하고 있다.
이들은 오만이나 아랍에미리트의 항구에서 현지 밀매업자들에게 헐값에 원유를 팔고 있다.
모터보트를 타고 접근한 업자에게 즉석에서 원유를 팔기도 한다.
NYT는 이란이 올초부터 자국에 대한 제재 조치가 강화되면서 원유를 팔기 어려워질 것임을 알고서도 생산을 중단할 경우 유정이 손상된다는 점 때문에 산유량을 줄이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육상 저장설비가 부족하다 보니 과잉 생산된 원유를 이처럼 유조선을 이용해 바다 위에서 보관하다 팔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 유조선들은 선채를 페인트로 덧칠하고 위성항법장치(GPS)를 끈 채 운항하며 외국 해군의 정찰을 피하고 있다.
‘이란 아스타네’란 이름의 아프라맥스급(12만t 이하 소형) 유조선은 이름 위에 검은 페인트를 칠하고 ‘넵튠’이라는 서양식 이름을 새로 썼다.
한 밀수업자는 “이처럼 많은 선박이 어슬렁대는 것을 예전에는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NYT는 이란의 이같은 행태는 이란 경제가 원유 금수 조치 이후 심각한 위기 상황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7월1일자로 시행된 유럽연합(EU)의 수출금지는 이란에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유를 헐값에 밀매해서 손실을 메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경제 제재가 시작되기 전 원유를 팔아 연 300억달러 가량의 매출을 올리던 이란은 원유 수출 제재로 올들어 약 110억달러의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 원유업계는 올초부터 지금까지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최소한 4분의1 이상 줄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유가가 계속 하락해 충격이 덜했던데다 EU의 강력한 금수 조치가 지난 1일부터 공식 발효되면서 수출량 감소가 지금부터 본격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케냐 정부는 이란과 체결한 하루 8만배럴의 수입 계약을 지난 4일 전격 철회했다.
이는 영국의 강력한 경고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수입 중단 또는 축소는 이란에 복합적인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외화 자금 고갈과 초과 생산된 원유를 보관할 마땅한 공간이 없다는 점이다.
이란은 현재 하루 28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수출은 하루 160만∼180만배럴에 그친다.
페르시아만에 정체 모를 유조선이 떠도는 이유다.
업계는 이란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2주일치 생산분인 4000만배럴에 달하며, 이와 별도로 1000만배럴이 육상의 저장소에 보관돼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