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신청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긴축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우려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유로존(유로 사용 17국) 재무장관들은 스페인에 대해 10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지원키로 최종 합의했다. 우선 이달에 300억유로를 투입해 급한 불을 끌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페인 정부의 자금 조달 비용인 국채 금리는 유로 도입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기 금리의 지표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마의 7.2%를 넘었다.
금리가 올라가면 국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 밖에 없다.
국가 차원의 구제금융 사태를 막으려는 스페인의 노력이 물거품이 돼 유로존의 앞날에 또다시 시련을 초래하는 모습이다.
국채 금리가 오른 것은 스페인 정부가 경제 전망을 하향 수정해 내년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임을 처음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는 20일 긴축 조치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내년에 마이너스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나타냈다.
크리스토발 몬토로 재무장관은 기자 회견에서 “국내총생산(GDP)이 2013년에 0.5%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는 올초에 제시한 0.2% 성장에서 0.7%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2014년 GDP에 대해서도 지금까지 전망하던 1.4% 증가에서 1.2% 증가로 전망을 하향 수정했다.
또한 발렌시아주 지방 정부가 긴급 구제 금융을 요청하면서 스페인 재정에 대한 우려에 기름을 부었다. 발렌시아주는 만기가 도래하는 채무를 차환하기 위해 새로 출범한 정부 기금에 금융 지원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주 정부는 성명에서 “발렌시아주는 다른 주와 같이 시장의 유동성이 제한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발렌시아는 2008년 부동산 거품이 붕괴한 이후 가장 타격을 많이 받은 지방정부 중 하나다.
앞서 스페인 중앙 정부는 새로운 기금을 통해 연말까지 최대 180억유로를 지방 정부에 대출해 준다고 발표했다. 지방 정부는 구제금융을 지원받으려면 재정 적자를 기존 계획 이상으로 줄여야 한다는 전제가 붙는다.
또한 시장을 불안으로 몰아 넣은 것은 이날 승인된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이 은행에 직접 주입될 것이라던 당초 약속을 깨고 정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됐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정부 부채가 불어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이건-존스는 스페인의 국가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강등한다고 발표했다.
유로존에서 네 번째로 경제 규모가 큰 스페인이 국가 부도에 빠지면 그 충격은 그리스 사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유로존 각국은 이 같은 사태가 역내 3위 경제국인 이탈리아로 번지지 않게 하기 위해 스페인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단기 국채 금리는 20일 0.4%포인트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대규모 국채 매입을 재개하지 않을 경우 세계 3위 국채 시장의 위기를 진화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다.
독일은 위기의 진원인 그리스가 긴축 이행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유로존을 떠나도록 종용할 방침을 밝혔다.
현재 유로존의 리더들은 시간을 벌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책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시뭉 카날 트러스트의 톰 워스 투자책임자는 “문제가 사방팔방에서 나타나고 있다”면서 “한번 병에 걸리면 멈출 수 없다고 여겨지는 유로가 살아남을 지 불안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