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좀먹는 부의 블랙홀]②프라이빗뱅크를 털어라

입력 2012-07-24 11:03 수정 2012-07-2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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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프라이빗뱅크(PB)가 ‘슈퍼리치’들의 돈세탁을 도와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PB는 금융자산이 풍부한 고객을 전문 상대하는 은행의 특화된 사업영역을 말한다. 통상 1억~5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 PB는 이들의 예금관리는 물론 부동산·주식·채권투자 등 총체적 자산관리도 해주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이같은 서비스는 18세기 중반 스위스에서 처음 등장했다. 프랑스 귀족들이 스위스 은행에 거액을 예치하면서 본격적으로 발전했다.

이후 1,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세계 부호들이 재산을 스위스 은행에 맡기자 전 세계 다른 은행들도 뒤따라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컨설팅업체 맥킨지에서 근무했던 제임스 S. 헨리 조세피난처 전문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지난 2005~2010년 글로벌 PB 50곳을 통해 해외 은행에 은닉된 슈퍼리치들의 자금 내역을 공개했다.

보고서에는 글로벌 PB 50곳이 해외 은행으로 은닉한 총 자금이 12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슈퍼리치들의 자금을 관리하는 글로벌 10대 은행에는 UBS 크레디트스위스 HSBC 도이체방크 BNP파리바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픽테트 등이 포함됐다.

PB가 운영하는 국제적 AUM(운용자산, Asset Under Management) 자산은 2005~2010년간 매년 10% 증가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10대 PB가 2010년 관리하는 고액순자산보유자(HNWI) 자산은 6조달러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이들은 고객 관리를 수퍼리치에 집중, 운용자금 규모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보고서는 이들 은행이 이중장부 성격의 장부를 작성해 자금을 조세피난처로 유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고액순자산보유자(HNWI)의 자금 운용 현황은 보고하지 않고 국제적 AUMs만 보고하는 식이다. 이 경우 연기금과 같은 기관 자산을 PB의 자산으로 묶고 HNWI는 기관 자산과는 다르게 구분한다.

HNWI의 자산은 은행의 일부문에서 운용하게 되는데 골드만삭스의 경우 ‘다이렉트 HNWI’를 두고 관리하고 있다. 다이렉트 HNWI의 총 관리 자산은 2010년 2290억달러였다. 다이렉트 HNWI를 포함해 총 HNWI의 AUMs이 2940억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슈퍼리치들의 자산 관리를 이곳에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위스 은행권은 정부의 비호 하에 오랫동안 PB 분야를 선도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재정난에 처한 각국 정부가 세수를 찾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비판의 대상이 된 것이 스위스의 비밀주의였다.

영국 정부는 일부 탈세범들을 잡고자 스위스 정부와 협상했다. 이는 영국 시민권자가 신고하지 않은 자산을 스위스 은행에 유치할 경우 총 자산의 21~41%에 해당하는 벌금을 한번 내고 익명으로 남아있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독일 역시 탈세범을 잡으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독일 세무당국은 지난 14일 스위스에 돈을 숨겨 탈세하는 독일인들을 파악하고자 은행의 고객 정보를 사들였다.

결국 독일과 스위스는 지난 4월 스위스 은행 계좌에 은닉된 독일 자산에 세금을 부과하는 새 조세 협정에 합의했다. 프랑스도 탈세 단속을 위해 크레디트스위스와 UBS를 조사 중이다. 미국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은 지난 2009년 UBS에 비밀계좌를 둔 미국인을 정보를 넘길 것을 요구했고 4000여명의 정보가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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