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외환시장에서 23일(현지시간) 유로화 가치는 엔에 대해서는 12년 만에, 달러에 대해서는 2년 만에 각각 최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증시도 유럽발 불안에 급락했다. 범유럽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전날보다 2.5% 급락한 251.75로 지난 4월 10일 이후 3개월래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0.8%, 나스닥 지수가 1.2%, S&P500 지수가 0.9% 각각 떨어졌다.
국제유가인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9월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69달러(4%) 급락한 배럴당 88.14달러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유가는 올 들어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반면 안전자산인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장중 한때 1.396%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스페인과 그리스·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다시 심화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투자에서 빠져나와 안전자산에 몰린 영향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유럽 내 최고 신용등급(Aaa)을 유지하고 있는 독일·룩셈부르크·네덜란드 등 3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등급 하향 조정은 앞으로 상황에 따라 신용 등급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로 남유럽발 채무 위기가 우량국가들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현재 유로존에서는 스페인이 전면 구제금융 사태로 갈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된 상태다.
지난 20일 발렌시아에 이어 무르시아를 포함한 6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이같은 관측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그리스에 대해서는 ‘9월 위기설’이 증폭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그리스가 개혁정책을 제대로 이행하는지에 대한 실사가 끝나야 구제금융 추가 집행이 가능하다”면서 “9월 이전에 그리스가 돈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그리스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이어 유로존 탈퇴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커졌다.
이탈리아의 나폴리와 팔레르모 등 최소 10개 도시까지 재정난에 처한 것으로 전해져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