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국내 대기업 우량계열사들이 자본잠식 상태인 부실계열사들에게 1조원 이상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2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20일 현재 국내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이 공시한 특수관계인 자금 차입거래건수는 253건으로 집계됐다. 차입계약 거래 총액은 2조3021억원이며 모두 무담보 차입금이다.
특히 올해 차입거래액 중 1조250여억원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부실 계열사와의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대기업 계열사의 내부 차입액은 123건에 7527억원이다. 이는 전체 거래액의 33%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 납입자본금이 잠식되기 시작한 계열사의 거래규모도 54건에 2731억원(12%)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본잠식 회사는 만성 적자 등으로 이자 지급과 원리금 상환 자체가 불투명하다. 대기업 주력계열사들의 여유자금이 부실계열사에게 투입되면서 동반 부실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부채비율이 높은 계열사에 대한 내부 자금 지원 규모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부채비율 200%(재무건전성 기준)를 초과하는 기업들이 내부거래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43건에 5995억원으로 전체 거래액 중 26%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 계열사 간 자금 거래 건수 중 상당수가 부당내부거래 의혹을 살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공정거래위원회 부당내부거래 심사지침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가 다른 계열사에 돈을 빌려 줄 때 이자율이 차입하는 회사가 독립적으로 자금을 차입할 경우의 금리보다 낮으면 부당내부지원이 성립된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계열사의 차입거래 123건의 이자율을 보면 8% 이상의 이자율이 적용된 계약이 66%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개별 시중금리를 산출하기 힘든 점을 고려해 법인세법 상 부당내부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국세청고시당좌대출금리인 8.5%를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전자본잠식 계열사에 6%대 이하의 저금리를 적용한 내부자금거래도 30%에 이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현행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면 외부 자금 조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완전자본잠식상태의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 자체가 부당거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라고 해도 완전자본잠식 상태는 부채가 자산보다 크기 때문에 대여금 회수를 담보해 줄 수 있는 장부상 자산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정상적인 은행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