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합병(M&A)보다 특허 인수가 더욱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자체를 사들이는 것보다 특허를 매입하는 것이 더욱 확실한 경영전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의 특허 인수 규모가 7월까지 12개월간 188억달러(약 21조4000억원)에 달했다고 최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의 4억5000만달러에 비하면 무려 4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유럽 재정위기 불안과 미국의 경기둔화 등으로 올해 글로벌 M&A시장이 위축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갈수록 기술이 복잡해지고 지적자산권 분쟁도 격렬해지면서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특허가 중요 M&A 자산으로 부각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소재 특허 전문 로펌 RPX의 로버트 허스 기업 담당 대표는 “특허는 규모가 작고 사적이며 현금화시키기 어려운 자산으로 취급되던 것이 일반적이었다”면서 “그러나 기업들은 이제 막대한 돈을 특허 확보에 쏟아붓고 있다”고 말했다.
애플과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지적재산권 분쟁이 불 붙으면서 특허가 귀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서는 30일(현지시간)부터 애플과 삼성의 지적재산권 침해 본안소송이 시작됐고 호주와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구글이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모토로라모빌리티 인수 당시 125억달러 규모의 인수가에서 특허 가치는 55억달러에 달했다.
모토로라는 약 1만700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애플과의 특허전쟁에서 삼성·HTC 등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진영을 지원하기 위한 의도도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에 있다는 평가다.
라자드, 에버코어, 바클레이스 등 투자은행들도 빠르게 발전하는 특허 M&A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로펌 DLA파이퍼의 크레이그 오퍼먼 파트너는 “대부분의 월가 은행들이 특허 M&A는 작은 틈새 시장이라며 별다른 관심을 나타내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최근에는 어떤 특허 M&A에도 투자은행들의 이름이 보인다”고 말했다.
라자드는 지난 2009년 캐나다 통신업체 노텔이 파산보호 신청을 한 후 자산 처리 등을 맡았다.
이 은행은 노텔의 특허 가치를 강조하는 전략을 펼쳐 노텔이 지난해 지적재산권을 애플과 MS 등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45억달러에 매각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구글이 초기 노텔에 9억달러를 제시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특허 가치가 얼마나 큰 의미를 차지하는 지 알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