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7개 시중은행이 8일부터 일제히 동산담보대출 상품 판매에 들어갔다. 동산담보대출이란 공작기계나 사출성형기 등 기계, 후판·철근 등 원자재, 냉동보관 중인 수산물 또는 축산물, 키우는 소나 쌀 등을 담보로 중소기업이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품이다.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아 자금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의 이자부담 경감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시행 첫날 각 시중은행 동산담보대출 전용 상담센터에는 간간히 대출관련 전화문의만 있을 뿐, 적극적으로 대출이 이뤄지는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행 첫날인 만큼 홍보가 덜 된 영향이 크다"며 "향후 부동산담보가 없어 은행권의 대출이 어려웠던 중소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17개 시중은행은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일제히 출시했다. 담보로 맡길 수 있는 동산은 △기계류 등 유형자산 △원자재·재고품 등 재고자산 △매출채권 △농·축·수산물 등 크게 네 가지 유형이다. 농협·수협·광주은행은 네 가지 유형의 담보를 모두 받고, 나머지 14개 은행은 농·축·수산물을 제외한 세 가지 유형의 대출상품을 출시했다. 동산대출 금리는 신용대출보다 평균 0.8%포인트 낮다. 은행들은 올해 2000억원 이상을 대출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처럼 은행들이 동산담보대출 상품을 한꺼번에 내놓은 것은 금융감독원이 중소기업의 자금난을 덜어주기 위해 동산도 담보 등기를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동산담보대출 요건이 현실과 맞지 않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 제조업체 경우 통상 기계를 담보로 대출을 받지만, 담보가치가 있는 최신 기계의 경우 기업들이 리스로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담보제공이 불가능하고, 소유권이 있는 기계는 노후가 심해 담보가치가 떨어져 대출규모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또한 시행 초기 부실 수준을 예측하기 어려워 대상기업도 우량한 기업으로 제한되는 것도 실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현재 정책금융을 지원받고 있거나 부동산담보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우량 중소기업들이 추가로 수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초 80%선까지 거론되던 담보인정비율도 일단 감정가의 40% 이내로 제한된 점도 활성화에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