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들이 신흥국 통화 약세로 실적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동안 유로와 달러에 대한 엔고로 고전해온 일본 기업들이 새로운 복병을 만난 모양새다.
신흥국 통화 가치는 올들어 지속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역내 경기 둔화 우려를 배경으로 통화 매도세가 유입된 영향이다. 지난 6월말 시점에서 인도 루피와 브라질 헤알은 1년 전보다 20% 이상 하락했다. 러시아 루블도 10% 넘게 떨어졌다.
신흥국 통화 약세에 타격이 컸던 것은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현지 사업을 확대해온 기업들이다.
닛산자동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문에 따르면 닛산은 2012 회계연도 1분기(4~6월)에 루블에 대한 엔고로 94억엔의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러시아에서 신차 판매가 20% 성장한 반면 루블을 엔으로 환산했을 때 매출이 감소하면서 수지도 악화한 것으로 분석됐다.
제약업체인 다이이치산쿄는 루피 약세로 60억엔 이상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스즈키도 루피에 대한 엔고로 59억엔의 영업이익이 줄었고, 혼다는 헤알 등의 약세로 60억엔의 영업이익이 영향을 받았다.
이같은 상황은 일본 기업들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주요 통화인 달러와 유로에 대한 엔고 대책을 마련하는데 급급했다. 신흥국 통화에 대해서는 경기 호조를 배경으로 엔에 대한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확신, 대응책도 미뤄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신흥국 경기 둔화 우려가 부상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3월말 끝난 2011 회계연도 실적에서 기업들은 영업이익의 30% 이상을 신흥국에 의존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따라서 달러와 유로처럼 신흥국 통화에 대한 엔고에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닛산의 경우 프랑스 르노와 공동으로 러시아 아브토바즈를 인수함에 따라 현재 30~40%인 현지 생산 비율이 2016년에는 80%로 높아진다. 닛산은 이에 따라 비용과 매출을 현지 통화 기준으로 정비해 환율 변동에 유연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식품업체인 아지노모토는 가격 변동이 큰 헤알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브라질에 집중됐던 사료용 아미노산 생산을 여러 곳으로 분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