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대란 우려를 키운 국제 곡물값 급등은 미국 정부의 통계 오류 등 정책적인 실수도 한 몫 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정부가 가뭄 등 기상이변의 영향을 무시하고 곡물 수확량 전망을 과도하게 낙관하면서 시장 왜곡을 부추겼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미국 농무부가 매월 발표하는 옥수수 대두 등 곡물 수급 보고서는 국제시장에서 시세를 정하는 기준이 된다.
농무부는 지난 5, 6월 올해 에이커당 옥수수 수확량 전망치를 사상 최고인 166부셸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7월에는 146부셸로, 8월에는 123부셸로 17년래 최저 수준으로 연달아 하향 수정하면서 6월 전망을 뒤집었다.
신문은 미국 농무부가 작황 전망치를 산출할 때 실사가 아닌 통계에 의존하는 실태가 화근이라고 지적했다.
농무부는 매년 5월부터 그 해에 재배하는 곡물 수확량 전망치를 발표한다.
실제로 재배지에 나가 상황을 조사하는 것은 8월분부터다.
5~7월분 수치는 실제 작황이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미국 경제에 곡물의 수급 불안에 따른 물가 상승은 부담이다.
미 정부는 수급난을 나타내는 낮은 재고율을 되도록 빨리 해소하고자 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미국 정부의 또 한 가지 실수는 기술 발달로 곡물 수확량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라고 신문은 꼬집었다.
1996년부터 시작된 유전자 조작 품종의 작황 비율은 대두와 옥수수 모두 90%에 달했다.
유전자 조작 품종은 병충해에 대한 내성이 강하고 수확량도 일반 품종보다 10% 이상 많다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정부는 기록적인 가뭄에 따른 피해를 직시하기보다 통계 관행에 의존했다 된서리를 맞은 셈이다.
축산 농가와 식품업계의 비난 화살이 미국 정부를 향하면서 연료 정책에도 제동이 걸리고 있다.
옥수수 가격이 급등하면서 비용 부담이 커졌고 자연히 정부가 추진하는 바이오 연료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축산 농가와 식품업계는 “사료용도 부족한데 연료용으로 많이 빠지고 있다”면서 “이것이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업계는 정부가 바이오 에탄올 사용 의무 규제를 완화하면 곡물 값도 진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