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비교에 약하다. 다양한 물건을 비교할 수 있는 공간은 여성을 당기는 마력이 있다. 백화점이나 아울렛, 옷가게가 즐비한 거리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다. 많은 여성들은 지하철역 계단조차도 힘들어 하고 10분만 서 있어도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서도 백화점에서는 몇 시간이고 걸을 수 있다. 남성들이 보기에는 신비롭기까지 한 힘이다.
유통업계가 공략해야 할 소비자는 역시 여성이다. 드럭스토어는 여성 소비자들의 이 같은 속성을 파고든다. 최근 몇 년간 드럭스토어 시장이 성장한 비결이다. 드럭스토어 매장에서 만난 소비자들 역시 드럭스토어의 최대 장점으로 ‘비교할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장기적인 불황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지만 드럭스토어 시장은 예외다. 2007년 868억원에 불과했던 드럭스토어 시장은 지난해 기준 지난해 기준 3260억원으로 추산돼 불과 4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드럭스토어 업체들은 관련 시장 규모가 장기적으로는 3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대입구 A드럭스토어 매장에서 만난 회사원 심희진(28)씨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던 3년 전부터 이 같은 매장을 자주 이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심씨는 “우리나라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부터 해외브랜드 화장품까지 모여 있어 편리하다”며 “동네 화장품가게와 비교해서 매장 분위기도 깔끔하고 다양하게 비교할 수 있는 곳이 이런 가게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여성들에게 드럭스토어는 동네 슈퍼처럼 친숙한 공간이 됐다. 대학생 문지은(26)씨는 하굣길에 거의 매일 드럭스토어 매장을 찾는다고 했다. 문씨는 “손톱깍기나 물티슈, 스타킹 같은 생활용품을 사러 많이 들른다”며 “들른 김에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화장품이나 영양제 행사상품이 있거나 하면 사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번화가가 아닌 곳에도 드럭스토어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접근성이 좋아진 셈이다. 마포구 망원동의 B 드럭스토어 매장에서는 보다 편안한 차림의 이용객을 만날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허유경(23)씨는 “집에서 가까운 곳까지 매장이 많아지면서 음료수 같은 것도 여기서 사게 되고 전보다 자주 들락거리게 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 때문일까. 드럭스토어 시장은 대기업들의 격전지가 되고 있다.
선점은 CJ가 해놓은 상태다. 1999년 문을 연 CJ올리브영은 지난해 2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드럭스토어 전체 시장 규모 3200억원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 올리브영은 2005년 283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을 2년만에 500억원으로 두 배 가량 끌어올리며 드럭스토어 성공 시대를 열었다. 현재 18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리브영의 뒤를 이은건 유통명가 GS리테일이다. GS리테일은 2004년 세계적인 드럭스토어업체인 A.S. 왓슨과 제휴를 맺고 GS 왓슨스를 설립했다. 업계에 따르면 GS 왓슨스는 홍대 1호점을 시작으로 2004년 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무난한 출발을 했고, 지난해 750억원까지 끌어올려 19배 가량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의 성공은 유통대기업과 프랜차이즈 업체들까지 가세하게 만들었다. 신세계는 의정부역사점 내에 ‘분스’ 1호점을 론칭한데 이어 최근 강남역에 단독매장을 열었다. 기존의 드럭스토어가 약국 배제형과 친화형으로 구분돼 있다면 분스는 넓은 매장과 카페, 미용실, 다양한 제품군의 브랜드를 확보 경쟁사들과 차별화를 진행했다. 무엇보다도 해외에서나 볼 수 있는 명품 브랜드 제품을 갖췄다는 점에서 후발주자의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가능성을 엿보게 한다.
커피 프랜차이즈 카페베네도 다음달 강남역 인근에 ‘December24(디셈버투애니포)’ 1호 매장을 열며 드럭스토어 시장에 진출했다.
유통공룡과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의 가세로 드럭스토어 시장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다. 특히 이마트는 강력한 유통망을 기반으로 강남점 지하 매장에 일반 드럭스토어와 다르게 다양한 식품군을 판매하는 등 차별화를 통해 시장의 치열할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