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헌법재판소는 12일(현지시간) 유로안정화기구(ESM) 위헌 소송의 일부인 ESM 비준 정지 가처분 신청을 조건부로 기각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조건부 합헌 판결이다.
안드레아스 포스쿨레 헌법재판관은 “ESM 비준안을 검토한 결과 헌법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 지었다”면서 “비준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고 말했다.
헌재는 독일 정부가 ESM에 제공하는 자금을 당초 출자하기로 한 1900억 유로로 제한하고 만일 이를 초과할 경우 독일 연방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유럽연합(EU) 신 재정협약에 대해서도 비준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판결문은 “독일 의회의 자문을 받는 한 유럽 통합을 강화하는 신 재정협약은 독일 기본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ESM 출범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를 제거한 것이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 각국이 합의한 ESM 규모는 5000억 유로다.
ESM은 항구적인 유럽 구제기금으로 당초 지난 7월 출범 예정이었다.
독일 의회는 이미 ESM을 승인했으나 요하임 가우크 독일 대통령은 헌재의 판결을 기다리겠다며 아직 서명을 미룬 상태다.
헌재의 최종 판결은 오는 12월 나올 예정이나 이번 판결이 뒤집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앞서 독일 헌재는 지난해 유럽의 임시 구제기금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결을 내렸다.
바클레이스자산운용의 헨크 포츠 투자전략가는 “독일 헌재 판결은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는 긴 여정에서 긍정적인 단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ESM이 출범하게 되면 EFSF와 더불어 EU는 역내 재정위기를 막기 위한 7000억 유로 규모의 방화벽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또 이번 헌재 판결로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 방안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는 지난 5일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ECB는 역내 위기국의 단기 국채를 무제한으로 매입할 것”이라며 “위기국들은 ECB의 국채 매입 전에 먼저 ESM과 EFSF 등에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정위기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ECB는 유통시장에서, ESM은 채권 발행시장에서 각각 국채를 매입할 예정이다.
호세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판결에 앞서 “ECB가 유로존 전체 은행을 감독하는 등 더욱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