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의 공장’을 넘어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재정위기에 허덕이는 유럽과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는 신흥국들은 물론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도 중국에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국은 수출로 벌어들인 막대한 외화를 활용해 미국 국채를 대거 매입하면서 미국 경제를 좌우하는 ‘큰손’으로 떠올랐다.
미국 재무부의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1조1496억 달러(약 1276조원)에 달했다.
이는 10년 전의 약 3620억 달러보다 세 배 이상 커진 것이며 중국 전체 외환보유고의 36%에 이르는 규모다.
현재 외국인이 보유한 미국 국채 총 5조3485억 달러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21%에 이른다.
미국 국가 부채가 지난 8월말 기준 약 16조200억 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은 미국 전체 나라빚의 7%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를 계속해서 매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잉 상하이사범대 경제학 교수는 “경제 시스템과 정책을 단기간에 바꾸기 어렵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은 미국 국채를 계속해서 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오는 2015년에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가 3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망이 맞다면 외국인 보유 미국 국채 규모 중 중국의 비중은 2015년에 절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말 미국 정부는 은행과 기업을 살리기 위해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TARP)을 통해 7000억 달러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미국 정부가 TARP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한 국채를 중국이 상당 부분 매입하지 않았다면 프로그램이 실시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미국 정부도 세계 최대 채권국인 중국의 눈치를 보고 편의를 봐주고 있다.
재무부는 지난해 6월부터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월가의 은행을 거치지 않고 미국 국채 입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이전까지 인민은행은 다른 투자자처럼 국채를 매입할 때 반드시 미국 정부가 ‘프라이머리 딜러’로 지정한 금융기관 21곳 중 하나를 거쳐야만 했다.
그러나 재무부는 경매시스템과 인민은행을 연결하는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해 인민은행이 국채를 직접 매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특권을 받은 외국의 중앙은행은 인민은행이 처음이자 유일하다.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도 1조1100억 달러가 넘지만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물론 연기금과 일본 대형은행 등 보유처가 다양해 이런 특혜를 받을 수 없다.
프라이머리 딜러들이 미국 국채 입찰에 주문을 대행할 때 따로 수수료를 받지 않아 중국이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얻지는 않는다.
그러나 국채 직접 매입을 통해 중국은 월가 은행들이 입찰 정보를 입수해 국채 가격을 끌어올리는 경우를 방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미국도 중국의 국채 매입에 따른 안보 위협 우려가 있지만 주요 2국(G2)으로서 양국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중국의 막대한 국채 수요는 금리를 내리는 효과가 있어 미국 정부가 싼 비용에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