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간이 많지도 않은데 답답하다. 사업계획이나 돈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누가 사업을 주도하든 결론이 나서 서둘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송득범 코레일 개발사업본부장)
코레일이 또다시‘진퇴양난’에 빠졌다. 총 31조 사업인 용산역세권개발 사업 포기라는 배수의 진을 치고 경영권을 회수하려 했지만 일부 출자사들의 이사회 보이콧으로 맥없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오히려 2대 주주인 롯데관광개발과의 감정싸운만 격화된 셈이 됐다. 이런 가운데 서부이촌동 주민 찬반의견을 묻겠다던 서울시도 ‘뒷짐’만 지고 있어 사업 장기 표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드림허브 이사회에서 코레일은 롯데관광개발이 갖고 있는 옛 삼성물산의 지분 45.1%를 코레일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사회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드림허브 이사회 파행으로 총 2500억원 CB(전환사채)발행 안건도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 불참 출자사는 △삼성물산 △삼성SDS △미레에셋맵스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 4곳 이다. 업계에서는 1대 주주인 코레일의 압박에 눈치보기를 하다가 일단 몸사리기 차원에서 이사회에 불참한 것으로 보고 있다. 3조원 증자에는 반대하지만 괜히 나서 코레일의 눈밖에 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이에 사업 포기 엄포를 놓는 등 출자사를 압박했던 코레일의 발만 꼬여버렸다. 특히 출자사들이 3조원 증자에 대해 기권을 하는 바람에 사업에서 손을 뗄 명분마자 약해지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여기에 롯데관광개발과 감정싸움만 키운다는 비난을 피하기가 어렵고, 설사 롯데관광개발을 배제하고 사업을 이끌어 간다해도 표류 기간동안 쌓이는 이자 비용 등 손실이 막급하기 때문이다. 송득범 코레일 개발사업 본부장은 “통합개발 방식으로는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며 “(증자와 단계적 개발 등 우리의 방식이)이사회에서 부결된다면 남아서 싸울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서둘러 결론이 나야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실제 자본금이 400억원도 채 안 남은 드림허브는 연말까지 자본조달에 실패할 경우 설계용역비, 땅값 이자 등을 못 내 부도날 가능성이 크다. 당장 12월 16일 종합 부동산세 납부일이 큰 고비다. 이렇듯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등 출자사간 뚜렷한 이견으로 사업이 좌초위기에 빠졌지만 서울시가 뒷짐만 지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서부이촌동 주민들의 찬반 의견을 묻는다고 했지만 주민 보상안이 나온 지금 시점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울시가 “나몰라라” 하는 사이에 코레일 등 출자사간 이견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출자사 한 관계자는 “한강르네상스 개발로 서울시를 품격을 올리겠다며 이 사업에 발을 디딘 장본인이 바로 서울시”라며 “서울시는 SH공사를 통해 이 사업의 주주로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