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새 주인 결정이 안갯속으로 향하고 있다.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우위를 점한 것으로 평가되던 현대중공업이 최근 경영실적 악화와 인력 구조조정 등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KAI 인수전에서 맞붙은 대한항공은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끌어 내고, 총수 일가들이 KAI인수에 강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상승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실적 악화와 희망퇴직 등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반면, 대한항공은 경영실적 개선과 총수 2세인 조원태 대한항공 전무가 KAI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지난 25일 발표한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실적은 매출 3조4003억원, 영업이익 3132억원을 기록, 지난 2010년 3분기 이후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 30.5% 증가한 수치다.
무엇보다 3분기 항공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127달러를 기록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2010년 3분기보다 유가가 46%나 상승한 수준이다. 때문에 이번 호실적이 대한항공의 경영 효율화에 따른 효과라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2년6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나타난 조원태 전무는 “국내에는 우주항공사업 관련 엔지니어를 구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양성하는 데에만도 수십년이 걸린다”며 “인재를 최우선시하는 우리에게 KAI 인력 감축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양호 회장 역시 이와 같은 뜻을 거듭 공언해왔다. 조 전무의 발언은 최근 ‘희망퇴직’을 결정한 현대중공업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KAI측도 현대중공업이 최근 희망퇴직제도를 시행하는 것에 대해 그 여파가 KAI에도 미칠까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희망퇴직제도 시행과 함께 3분기 경영 실적도 현대중공업에게는 인수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은 올 3분기(연결기준)에 매출 13조1990억원, 영업이익 593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8% 증가한 것에 비해 영업이익은 무려 35.1%나 감소한 수치다.
경영실적 악화와 함께 희망퇴직제도 시행이 KAI 인수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M&A(인수·합병) 업계는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M&A는 단순하게 입찰가격만 높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향후 시너지 확대와 인수 후 발전 가능성 , PMI(인수 후 통합작업) 등 포괄적으로 검토한 후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3분기 실적과 희망퇴직 실시만으로 현대중공업이 KAI 인수전에서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희망퇴직제도는 향후 불황을 대비한 사전적 조치로 당장 회사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라며 “단순한 3분기 실적만으로 회사의 자금력과 인수우위를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