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차 전력수급계획이 난관에 부딪혔다. 전국 각지에서 주민들의 반대로 화력발전소 건설 추진이 난항을 겪고 있는 데다 대선을 앞두고 원자력발전 비중 확보도 불투명하다. 이에 자칫 ‘반쪽 수급계획’이 수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일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 등에 따르면 올해 수립되는 6차 전력수급계획 초안은 당초 9월 중순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11월이 된 지금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 선정 등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져서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7월 발전소 건설 의향서를 받고 지난달 25일이 돼서야 건설 지역 주민 동의서 접수를 마감했다.
6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되기 위해 민간 발전사들에겐 주민들의 동의서가 필요하다. 전체 평가 점수(100점) 중 지방의회와 주민 동의가 25점으로 배점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민자발전사들이 많이 참여하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전국적으로 반대율이 약 60%에 달한다. 환경오염이 심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23일 동해시 송정동 주민 찬반 투표에서는 동부메탈의 화력발전소 건설이 무산됐다. 같은 시기 강릉시 고성군에서도 대림건설이 추진하는 발전소 건설이 주민 반대로 수포로 돌아갔다. 남해군와 여수시도 마찬가지 이유로 반대 의사를 전력거래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월 건설 의향서 접수 시 민자 발전사들이 계획한 석탄화력발전소 숫자는 50기였으나 3개월 후인 지난달엔 40기로 줄었다. 발전용량으로 따지면 1000만kW 규모가 준 것으로 이는 대략 원전(100만kW급) 10기에 해당하는 양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시기적인 요인도 6차 전력수급계획 수립의 장애물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안철수 후보가 원전 반대를 주장하고 있어 일단 원전 비중은 (5차 계획 수준으로) 동결하고 다음 정권에서 수정,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믹스의 기본 베이스인 원전 비중이 확보되지 않으면 향후 전체 발전원 비중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6차 전력수급계획은 새 정부 출범 후 다시 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노무현 정권 때도 녹색성장 분위기로 인해 신월성 1호기 등 일부 원전의 착공이 당초 계획보다 2년여 늦춰진 적이 있다”면서 “이 같은 전력수급계획의 혼란이 지난해 9·11 정전사태에도 영향을 미쳤듯이 향후 전력수급계획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