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유섭의 좌충우돌] 알렉산더 대왕의 딜레마

입력 2012-12-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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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문어발 확장은 현재 우리나라 재계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매년 재계는 영토확장에 나섰다가 ‘승자의 저주’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는 이슈가 터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알렉산더 대왕의 딜레마’를 소개하고 있는 경영서적은 재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알렉산더 대왕은 올림포스에서 에베레스트까지 광대한 영토를 영위했다. 과연 알렉산더 대왕을 통해 넓은 영토를 갖게 된 제국은 자원적인 가치를 영위했을까. 아니다. 그가 죽은 지 몇 년만에 제국은 사라졌다.

이유는 간단하다. 단기간에 엄청난 자원을 획득했다는 업적에만 눈이 멀었던 것이다. 또 그 자원을 어떻게 제국의 핵심으로 키울지에 대해 고민이 적었던 것이다.

1980년대 대표적인 글로벌 기업인 바슈롬의 실패는 알렉산더 대왕의 딜레마를 그대로 읽을 수 있는 사례다. 바슈롬은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특화된 기술로 눈에 착용하는 렌즈시장의 40%까지 점유하는 기염을 토해냈다. 그러나 경쟁업체들이 다른 기술을 선보이며 시장내 경쟁이 치열해지자 주력 사업에 대한 잠재력이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벌어들인 자금을 다른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핵심사업은 경쟁업체에 잠식당하고 그나마 신규사업도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빛을 보지 못하고 철수해야 했다.

일부에서는 이렇게 반론할 수 있다. 다른 사업 분야의 회사를 사들인 후 되 팔아 돈을 남기면 되지 않느냐는 식이다. 그러나 이는 핵심사업에 대한 재투자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에 대한 기회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안목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신규사업보다 이미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세계시장에 안착한 기존사업에 대한 재투자가 성공확률이 높다. 이는 많은 실질연구를 통해 확인된 것이다.

내년부터 대기업집단에 ‘경제민주화’라는 폭풍이 불 전망이다. 국내 대기업 오너들은 핵심사업에 대한 재창조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불확실성만 키우는 알렉산더 대왕식 영토 확장에 따른 업적만을 고집할 것이 아니라 핵심사업의 재창조성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하버드비지니스리뷰에 소개된 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 33대 대기업의 다각화를 분석한 결과 비관련 인수기업들의 평균 매각비율이 7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웅진그룹의 사업확장과 그 결과는 핵심사업의 재창조성에 대한 재투자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그러나 분명 성공한 기업일수록 다른 사업에 진출할 기회가 많다. 성공은 그자체가 기회를 낳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불황에 강한 기업일수록 ‘핵심사업 집중’이라는 전략을 선택한 기업이었다는 과거의 사례들도 다시 떠오르게 하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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