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낙마가 기정사실화됐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헌재소장 공백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해 새 인선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후보자는 지난 24일 국회 인사청문회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후 28일 오전 현재까지 두문불출하며 ‘장고(長考)’ 중이다. 정치권에 구명운동 중이라는 설, 청와대 측과 거취 문제를 논의 중이라는 설이 공존하는 가운데 이번주 중엔 자진사퇴 의사를 표명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방위적 공세 속에 우군이었던 새누리당마저 자진사퇴를 압박하고 나서 더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란 얘기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이 후보자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위상이 추락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인선에 관여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도 불똥이 튀었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후보자는 위장전입부터 장남 증여세 탈루, 가족동반 해외출장, 특정업무경비 사적 유용 등 각종 의혹이 제기돼 시중에선 ‘이돈흡’ ‘흡사마’(돈을 흡수한다) ‘이동흡라빈스31’(의혹이 다양하게 많다)으로 불리는 상황이다. 이 후보자가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국회 본회의에서 인준이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친(親)박근혜계 김재원 의원은 한 라디오에서 “혼자 거취를 정리해야 하지 않겠나. 청와대도 이 문제에 대해 물꼬를 터줘야 한다”며 이 후보자의 자진사퇴 혹은 청와대의 지명 철회를 공개 요구했다.
새누리당 한 핵심 관계자는 “먹물 묻은 한 사람이 잘못 들어왔다고 그 먹물 씻다가 시간 다 보내면 되겠나”라면서 “(헌재소장) 공백이 길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주통합당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빨리 새 인선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면서 “헌법 가치를 실현하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며 공인으로서 자기 관리가 돼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의 사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정치권 내에선 후임 후보자에 대한 하마평이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우선 지난 인선 때 이 후보자와 함께 추천됐던 목영준·민형기 전 헌법재판관 등이 차기 헌재소장 후보자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이들 모두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특히 부각됐던 특정업무경비 사용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헌재와 무관한 인물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일환 전 대법관, 정종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여성 후보로서 대법관을 지낸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물망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