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측근 챙기기에 쓴 사면권과 훈장"

입력 2013-02-01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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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초기 미국산 소고기 수입 개방으로 촉발된 촛불시위 현장에는 이명박 대통령을 빗댄 ‘2MB’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름 세글자 이니셜을 딴 것이지만, 그 의미는 용량이 2메가바이트라는 뜻이다. 기가바이트(GB) 시대에 이 대통령을 2메가바이트로 표현한 것은 인식이 시대에 뒤떨어지거나,용량이 모자란다는 비아냥의 의도가 담겼던 것. 1MB는 0.000977GB에 불과하다.

그랬던 이 대통령이 임기를 불과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사회에 다시 분란을 일으켰다. 자신의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등 최측근들을 자기 손으로 면죄부를 준 것이다. 사면대상에는 사돈도 포함됐다.

그것도 모자라 측근 등 129명에 대해 무더기 훈장도 수여했다. 서훈 대상자들의 면면을 보면 국가적 공적 보다는 측근 챙기기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사면과 훈장 수여를 마치 집안일 하듯이 했다.

이 대통령은 세간의 비판을 의식한 듯 사면은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졌다고 항변했다. 사면은 헌법 제 79조에 명시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점도 내세웠다.

특히 국무회의 석상에서 대통령 친인척 배제, 임기 중 발생한 권력형 비리 사건 제외, 중소·중견기업인으로서 경제기여도와 사회봉사 정도, 사회 갈등 해소 등 사면의 ‘4대 원칙’도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대통령 스스로도 께름칙했던 모양이다.

사면대상자 중에는 이 원칙에 맞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사돈이 포함된 점이나, 권력형 범죄로 처벌받은 이상득 전 의원과 천신일 회장 등은 이 원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혹자가 주장하듯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사면권을 행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하자가 없다는 말도 맞다. 정상적인 사면조치라면 문제 삼을 수도 없고 삼아서도 안된다.

그러나 헌법이 대통령에게 사면권을 허용한 것은 사법부의 잘못된 결정을 바로잡을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일반인이 납득하기 어려운, 그것도 권력형 범죄를 저지른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면죄부를 주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법은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이며 규범일 뿐이다. 지도자가 법을 위반하지 않은 선에서 국민 정서와 어긋난 결정을 했다면, 이는 잘못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들을 위한 보은사면을 하면서 헌법을 내세워 그 정당성을 주장한다면, 그같은 인식에 동조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지도자에게는 일반 국민들보다 더 엄격한 사회적 기준과 규범이 주어지고, 스스로도 주변을 더 엄정하게 관리해야 한다.

고위 임명직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법을 위반하지 않았더라도 사회 정의와 국민 정서에 반하는 행동이나 과거 행적으로 탈락하는 경우를 우리는 무수히 봐 왔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준이 높아진 것이다.

선조들이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쳐매지 말라”고 한 것도 오해를 살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삼가라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측근들에 대한 사면과 훈장 수여는 범부들도 납득하기 어렵다.

정치권이 특별사면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사면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 것은 만시지탄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잘못된 사법적 판단을 바로잡는 순기능이 있다는 점을 인정해 유지키로 한다면, 오남용을 막기 위한 엄격한 기준이라도 만들어 이같은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여당인 새누리당이 특별사면이 자의적이지 않고 제도에 의해 이뤄지도록 사면법 개선을 위한 TF를 구성하기로 한 만큼 철저한 안전장치를 하기 바란다.

동시에 이번 사면권 행사가 대통령과 청와대의 설명처럼 원칙에 따라 투명하게 이뤄졌는 지에 대한 검증작업도 필요하다.

야권이 2월 임시국회에서 특별사면 청문회를 열겠다고 하자, 새누리당 일부에서도 이에 동조한 것도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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