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제도적 발판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또 불발됐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19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심의키로 했지만 다른 법률에 밀려 제대로 논의조차 못해보고 산회했다.
개정안은 대체거래시스템(ATS) 도입, 장외거래 중앙청산소(CCP) 설치, 기업의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 제공, 불공정거래 처벌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은 'IB 육성'이다.
2007년 국회를 통과한 자본시장법은 2009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업권간 벽을 허물고 금융투자상품의 포괄주의 등을 도입하면서 정부는 대형 투자은행(IB)이 탄생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 시행과 맞물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하고 국내증권사들의 IB역량 부족으로 '한국판 골드만삭스' 의 꿈은 좀처럼 거리를 좁히지 못했다.
실제 골드만삭스의 자기자본이 약 85조원에 달하지만 국내 상위 5개사의 자기자본은 평균 3조원 수준에 불과하다. 또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위탁매매 수익 비중이 30% 미만인데 반해 국내 증권사들은 50%가 넘을 정도로 수익구조가 단순하다.
지난해 말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수의 IB들의 재정비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선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으나 대선과정에서 '경제민주화'가 강조되면서 이같은 기대감은 점차 옅어졌다.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가 5개 정도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형 증권사에게만 특혜를 주는 역설적 법안이란 주장이었다.
이번 불발로 금융투자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거래대금 급감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반드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금융투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기업의 80%가 자본시장법 통과를 희망했다. 중소형 증권사에 대한 차별이라는 비판과 달리 '대형 투자은행 육성'에도 64.8%가 찬성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국내 IB역량을 끌어올리고 증권사들의 수익성을 조금이라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하다"라며 "여야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추가 법안심사소위 날짜를 서둘러 잡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