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출신 미녀 정치인인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내정자(47)와 나경원 전 의원(50)의 엇갈린 운명이 정치권 안팎에서 화제다.
두 사람은 비슷한 점이 적지 않다. 조 내정자는 1984~1988년 서울대 외교학과를 다녔다. 나 전 의원도 비슷한 시기(1982~1986년) 같은 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조 내정자와 외교학과 동기인 김민전 경희대 교수와 함께 이 ‘미녀 3인방’은 당시 교내에서 뛰어난 성적과 미모로 유명했다고 한다. 김 교수는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에서 활동했다.
법조인을 선택한 점도 같다. 조 내정자는 사법시험 33회 합격 후 변호사로 활동했고, 나 전 의원은 이보다 1년 늦은 사시 34회로 판사의 길을 걸었다.
두 사람은 같은 시기에 정치권에 입문했다. 조 내정자는 200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캠프에 영입돼, 선대위 공동대변인을 맡았다. 보수정당 사상 첫 여성 대변인이었다. 나 전 의원도 같은 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여성 특보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둘다 어느 여성 정치인보다 화려하게 정치에 입문했다.
정당의 ‘입’ 역할을 하면서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요직인 대변인은 조 내정자가 더 앞섰다. 나 전 의원은 조 내정자보다 4년 늦은 2006년 7월 유기준 의원과 함께 한나라당 공동대변인에 임명됐다.
이 둘은 대변인 자리를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기도 했다. 2008년에는 조 내정자가 한나라당 대변인직을 나 전 의원으로부터 이어받았다.
국회의원 배지는 나 전 의원이 더 빨리 달았다. 나 전 의원은 2004년 비례대표로 17대 국회에 입성했으며 18대에서도 의원직을 이어갔다. 당시 조 내정자는 2년 정도 대변인을 맡은 이후에는 사실상 정치적 활동을 하지 않았다. 이후 한참이 지난 2008년에서야 18대 국회의원으로 뒤늦게 여의도에 입성했다.
조 내정자가 정치적 공백을 갖는 동안 나 전 의원은 한나라당 원내부대표를 맡는 등 화려한 정치경력을 쌓아갔다. 이를 바탕으로 18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한데 이어 한나라당 최고위원에 올랐다. 나 전 의원은 여세를 몰아 2011년에는 대선후보자의 등용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은 ‘1억원 피부과’ 논란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박원순 현 서울시장에 약 7%포인트 득표율 차이로 패배했다. 이어 19대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고, 박 당선인의 선거캠프와도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반면 조 내정자는 이즈음부터 더 화려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박 당선인 경선캠프 대변인을 맡아 승리를 뒷받침한 것이다. 18대 인수위에서는 당선인 대변인으로 활약했다.
그러다 마침내 지난 17일 새정부 첫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을 받았다. 서울시장 출마 때까지는 나 전 의원이 앞서 있었지만, 장관 지명을 계기로 조 내정자가 앞서기 시작한 셈이다. 나 전 의원도 이명박 정부 시절 개각 때마다 보건복지부장관 등 하마평에 올랐지만 정작 지명 받지는 못했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지적발달 장애인들의 스포츠 축제인 2013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에서 조직위원장을 맡아 대외 활동을 이어나갔다. 장관 지명은 조 내정자에 뒤졌지만, 나 전 의원도 잠재력이 풍부한 만큼 두 서울대 미녀 정치인의 경쟁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다고 정치권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