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17일 부산 동래구에서 20여년간 주식 투자를 하며 4억~5억원대를 날린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주식에 완전히 속았다. 주식은 사기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 2011년 8월18일 충남 아산시 한 모텔 객실에서 B씨가 목을 매 자살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면서 1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았다.
지난해 대선 직전일 한국거래소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주식투자 실패를 지옥에 빗대 한 말이다.
특히 지난 11일 취임 후 첫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주가조작 사범에 대해 엄벌을 주문했다. 주식시세조종이 갈수록 복잡하고 교묘해져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는 것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개미 지옥 증시는 여러해 동안 이어진 고질적 현상이다. 전문가들은 정보나 규모의 경제를 탓하기에 앞서 개미들이 실패하지 않으려면 잘못된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미들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경험과 지식이 아닌 심리에 움직인다는 것이다.
증시 활황으로 주변에서 너도나도 돈을 벌었다는 소문이 돌자 나만 손해볼 것 같은 불안감에 사로잡혀 많은 투자자가 주식에 대한 기초지식 없이 증시에 뛰어들었다.
특히 코스닥시장이 급등하면서 ‘빚 내서 한방’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시장 역시 코스피 대비 시가총액, 거래대금 비중이 2010년 이후 최고 수준에 오르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1조9510억원으로 2007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개미들이 폭락장에서 실패를 겪는 이유는 공포감으로 손절매 기회마저 놓치기 때문이다. 완만한 하락세가 시작됐을 때 단기 조정에 그칠 것이라 믿다가 폭락이 시작되면 공포감에 전전긍긍해 오히려 매수 타이밍이 될 바닥에서 투매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사면 떨어지고 팔면 오른다’는 머피의 법칙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다.
개미투자자들이 저지르는 또다른 실수는 추세 역행 매매법이다. 증시는 연고점을 뚫고 상승하는 데 무조건 바닥권에 있는 종목들에만 진입하는 것은 백이면 백, 개미투자자뿐이다. 바닥에 있으면 주가가 싸다고 오해를 하는 것이다. 이런 투자법은 추세를 역행하는 매매법으로 아주 잘못된 투자방법이다.
기관과 외국인, 즉 메이저 투자자들은 추세를 타고 신고가 종목이나 신고가 예상 종목 위주의 투자를 한다. 가는 말이 더 간다라는 증시의 격언을 따라 심리적인 부담감을 이기고 투자한다. 반면 개미투자자는 바닥권에 있는 종목들에만 투자하다가 결국 추세를 역행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결국 가장 기본적인 마인드인 손절매와 추세매매, 리스크 관리만 잘하면 되는데 이는 결코 어렵지 않다.
특히 ‘너만 알려줄게’란 말에 솔깃해서 전문가조차 들어보지 못한 저가주 종목을 매수하는 위스퍼(whisper·귓속말) 투자자들은 실패 확률이 더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가 빨리 실수를 깨닫고 그 원인을 철저하게 분석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개인을 보호하거나 우대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수익을 갉아먹는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가가 하루에 가격제한폭(위아래로 15%)까지만 움직일 수 있는데, 이 때문에 오히려 투자자가 안심하고 신중하지 않은 거래에 나선다는 것이다.
거래 대금의 0.015% 정도에 불과한 값싼 주식 매매 수수료는 비용 측면에서 개인들을 무감각하게 만들어서 과도한 거래를 부추긴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처럼, 수수료가 싸다고 해도 사고팔기를 너무 자주 하게 되면 계좌 잔고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모 아니면 도’식의 욕망과 기대심리가 변하지 않는 이상 주가조작은 언제든지 다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