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서 진퇴양난 상황에 빠진 중견기업을 위한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중소기업이면 지원하고 대기업이면 규제한다’는 정책으로 중견기업 성장이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중견기업 육성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정부정책이나 금융거래관행 등은 여전히 대·중소기업의 이분법 틀에 머물고 있다”며 “막혀있는 중견기업의 성장사다리를 열어주고 손톱 밑 가시도 뽑아달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견기업의 4대 성장장애와 5대 기업활동애로’ 건의서를 16일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등에 제출했다.
대한상의는 중견기업의 △기술개발과 신성장동력 발굴 △해외시장 진출 △중소기업 인수·합병(M&A) △기존사업분야 확장이라는 4가지 성장경로에 모두 장애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연구인력과 자금부족으로 신성장동력 발굴에 어려움을 겪기는 중견기업도 마찬가지”라며 “중소기업에 지원 중인 정부의 ‘산학연협력 기술개발사업’, ‘융복합 기술개발 지원사업’, ‘기술취득세액공제제도’, ‘방위산업 핵심부품 국산화사업’ 등을 중견기업에도 적용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 신성장동력 발굴과 원천기술 연구개발(R&D)의 경우도 대기업 세액공제율(20%) 대신 중소기업 세액공제율(30%) 적용을 요구했다.
이어 상의는 “중견기업 역시 해외 진출 시 자금과 인력, 정보와 노하우, 현지 네트워크 등의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중견기업에 대해 요건이 엄격하고 선정기업수도 매년 30개 정도로 한정돼 있어 지원대상 확대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경로에서도 “중소기업 M&A시 피인수 중소기업은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중견기업으로 재분류돼 중소기업 지원혜택이 끊기고 대기업규제를 새로 적용받고 있다”면서 우호적 M&A에 대한 예외허용을 주장했다.
대한상의는 중견기업이 겪고 있는 △공장신증설 제한 △공공구매 입찰제한 △금융거래시 불이익 △하도급거래대금 지급 규제 △가업승계시 고용확대의무 등 5대 애로를 해소해 줄 것을 요청했다.
우선 대한상의는 “수도권에서 봉제, 신발, 인쇄 등 생활밀집업종을 영위하는 중견기업은 중소기업과 달리 도시형공장 신증설이 불가능하다”며 “주문량이 늘어나도 수주를 포기하거나 해외에서 공장을 지어야 하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 줄 것”을 주문했다.
이어 공공물자 조달시 입찰자격을 중견기업에도 허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상의는 “현재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물품 중 202개에 대해 중소기업에만 입찰자격을 부여하고 있다”며 “중소기업 졸업 후에도 일정기간 입찰기회를 부여해 줄 것”을 주문했다. 또 “최근 금융기관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한데 따라 중견기업이 신용보증한도 축소와 대출연장 기피 등의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도급거래대금 지급관련 규제 개선을 주문하기도 했다. 현행 하도급법은 중소기업만을 보호대상으로 규정해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하도급 거래시 하도급대금을 60일 이내에 지급해야 하지만 중견기업은 보호대상이 되지 않아 통상 90~120일 사이에 대금을 지급받고 있어 현금흐름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어 가업상속 지원제도 보완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견기업 가업상속제도는 상속 후 10년간 상시근로자수 평균이 상속개시 직전연도의 120%에 미달하는 경우 공제세액을 전액 추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상의는 “경기상황이나 경영실적 악화때문에 고용을 확대하지 못했는데 이를 이유로 상속세 추징까지 하는 것은 과도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