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연가들의 입장은 전혀 반영이 안 된 이 설문 결과를 다룬 한 매체는 2013년 3월 끝나는 2012 회계연도 말을 앞두고 세금을 의식한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 분석은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일본의 공공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이미 넘어섰고, 작년 연말 아베 정권 출범과 함께 본격화한 재정지출 확대로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세율 인상 연기 가능성과 모기지 이자 감세 혜택까지 실현되면 일본은 재정벼랑으로 굴러떨어질 것이 뻔하다.
소비세·소득세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세 저항이 적으면서도 파급력이 큰 담배부터 손을 대겠다는 일본 정부의 얄팍한 속내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010년 10월 담배 한 개비당 9.45엔이던 세금을 추가로 3.5엔이나 올렸다. 덕분에 2010년 한해 동안 약 6800억 엔의 세수가 늘어났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재정난이 심각한 미국도 궁여지책으로 담뱃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달 의회에 제출한 3조7700억 달러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중 유아교육 재원으로 부유층의 세금우대 개인연금계좌 제한, 장애인수당과 실업수당 동시 수급금지와 함께 담뱃세 인상을 슬며시 끼워 넣었다. 실현되면 미국에서 담뱃값 인상은 2009년 4월 이후 두 번째다.
세출은 대폭 줄이고 사회보장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정해 2016년까지 재정적자를 GDP 대비 0.4%까지 줄이고, 2023년까지 적자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야무진 포부의 일환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담뱃값 인상 추진 때문에 논란이 가시질 않고 있다. 6조원대의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흡연을 억제하려면 세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담뱃값 인상론자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 일본 등의 정부가 반발을 무릅쓰고 담뱃세 인상을 단행하려는 궁극적인 목적이 석연치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국민건강 증진을 표방하지만 담뱃값을 올린다는 건 결과적으로 주된 소비층인 서민들의 부담만 가중시킨다. 국민복지 증진을 핑계로 서민들의 호주머니만 터는 꼴이라 할 수 있다.
국민으로 살아가는 데 세금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정부가 떳떳하게 세금을 거두려면 그 목적과 쓰임새 등을 분명히 밝힐 필요는 있다. ‘진정 국민건강을 위한 것인지, 세수 확대를 위한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