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사건 인지 후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기까지 26시간 동안 아무런 대책도 마련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 중인 대변인이 사라졌는데도 청와대 일부 관계자들은 “부인이 아파 급거 귀국했다”는 식으로 둘러댔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남기 홍보수석은 지난 8일 오전 9시30분경(현지시각)에 관련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러나 이 수석은 이런 내용을 다음날인 9일 오전에야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박 대통령과 방미 수행단은 8일 워싱턴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이동하기 위해 약 다섯시간 동안 전용기에 머물었는데 이 때도 아무런 보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치명적 국격 훼손이 우려되는 사건임에도 워싱턴-LA간 비행시간 동안 이 수석 등이 입을 닫고 있던 점은 청와대 관계자들이 사안을 가볍게 여겼거나 은폐를 시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 수석은 이에 “대통령의 공식 일정이 계속되는 상황이어서 윤 전 대변인 문제를 따로 보고할 시간을 낼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수석이 박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 이후 워싱턴에서 열린 미 상공회의소 주최 ‘라운드테이블’오찬과 LA동포 만찬 간담회 등의 일정에 모두 배석했다는 점에서 ‘소극적 대응’으로 비쳐진다.
청와대에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한계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에게 직언할 사람이 없는 데다 통제력을 갖고 이를 진두지휘할 인물이 없어 이 수석을 비롯해 참모진 모두가 소극적인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을 거란 지적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청와대가 뒤늦게 대국민 사과를 한 점도 부실한 위기 대응 능력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는 청와대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윤 전 대변인이 청와대와 조율 없이 기자회견을 하도록 방치해 논란을 키우게 됐다.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의 귀국을 종용한 적 없다고 했지만, 윤 전 대변인이 직속 상관인 수석의 지시도 받지 않고 귀국했다면 이 역시 청와대의 허술한 지휘체계를 방증한다. 이런 탓에 차제에 청와대 지휘·감독 및 보고체계를 명확히 세우거나 새롭게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