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시대의 ‘막후 실세’로 왕후닝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정책연구실 주임이 급부상하고 있다.
왕후닝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이번 미주 순방길에 동행하는 등 최고 지도자들의 신임을 얻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시 주석이 지난 3월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지도자들을 만났을 당시 곁에는 항상 왕후닝이 있었다.
왕후닝은 시 주석의 이달 초 미주 대륙 방문길에도 동행했으며 오는 7~8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남에도 자리를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는 물론 중국에서도 왕후닝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중국 명문대인 상하이 푸단대 교수 출신인 그는 대중 앞에서 연설을 한 적이 거의 없으며 친분 있는 외국 인사도 드물다.
그러나 중국 정치 전문가와 당 내부 인사들은 왕후닝을 오늘날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왕후닝은 장쩌민의 ‘3개 대표론’과 후진타오의 ‘조화사회론’, 시진핑의 ‘중국의 꿈’ 등 3대 주석의 통치 철학 확립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무려 3명의 주석 바로 옆에서 정책 자문역을 맡은 인사는 그가 유일하다.
왕후닝은 공산당 일당 독재체제를 유지하면서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하는 신우파의 사상적 기반을 마련했으며 25명의 당 정치국 위원 중 유일하게 미국 정책의 전문가이기도 하다고 WSJ는 설명했다.
당초 왕후닝은 지난 3월 다이빙궈의 뒤를 이어 외교담당 국무위원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었으나 본인이 진급을 거절하고 무대 뒤에서 일하는 것을 택했다고 WSJ는 전했다.
황징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왕후닝은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으며 외교정책에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며 “이는 중국에는 좋은 소식이나 다른 나라에는 그다지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중국의 꿈’에 담겨 있는 강한 민족주의 색채의 배후에 왕후닝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왕후닝과 지난 1980년대부터 안면이 있던 한 중국 학자는 “공산주의가 붕괴할 때 왕후닝은 애국주의와 신보수주의를 들고 나왔다”면서 “그러나 그의 관심은 공산당을 유지하는 것이지 중국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