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치금융은 금융지주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관치금융의 흔적은 금융권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보험, 카드, 저축은행 업계에 포진한 관 출신의 ‘낙하산 인사’를 찾아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금융권을 감독해야 하는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대거 내려와 있다는 점. 금융감독원의 검사 대상인 금융권에 산재해 있는 금감원 출신 인사들이 오히려 금융권의 부실을 키울수 있다는 지적을 야기하고 있다.
이는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부실과 각종 비리로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10곳에는 19명의 임원이 재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1차 영업정지된 프라임, 파랑새, 대영, 토마토, 에이스, 제일 저축은행 등 7곳에서는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 등으로 10명의 전직 금감원 직원이 재직했다. 영업정지된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 등 4곳에는 9명의 금감원 출신 임원이 있었다.
지난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산하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은 뇌물과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금감원 직원 9명을 재판에 넘겼다. 친분 있는 지인들의 ‘봐주기 식’ 검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농후해 금융사의 부실과 비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현실로 나타난 셈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금융권에서는 금감원 출신의 임원 모셔오기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 금융감독당국의 규제 강화 드라이브에 그나마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사는 관 출신이 제격이라는 판단에서다.
사실 이 같은 분위기는 업계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심지어 보험정보가 집적된 보험정보원을 설립한다는 가능성에 보험업권은 “관 출신들이 퇴직 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관 출신 모셔오기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도 끊임없이 제기된다. 삼성화재는 지난 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병진 전 보험연수원장을 새로운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조 전 원장은 옛 보험감독원 출신으로 금융감독원 검사1국장과 생명보험서비스국장 등을 지냈다. 조 전 원장은 금감원 퇴직 후인 지난 2011년 1월 보험연수원장에 취임했지만 지난 5월 삼성화재 감사위원으로 내정되자 임기를 반년 여 남기고 중도 사퇴했다.
금감원 출신은 금융권 재취업 제한 규정에 따라 퇴직 후 2년간은 유관 금융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취업을 위한 중도 사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보험연수원장과 보험개발원장은 통상 금감원 출신이다.
조병진 전 원장 후임인 조기인 신임 보험연수원장과 오는 7월 임기가 끝나는 강영구 보험개발원장도 금감원에서 각각 국장과 부원장보를 지낸 바 있다.
LIG손해보험의 박병명 감사와 라이나생명 이순관 감사도 금감원 출신이다. 김근수 여신금융협회 신임 회장 역시 기획재정부 국고국장을 지낸 관 출신이다. 김 신임 회장은 지난 4일 열린 총회에서 최종 선임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 출신이라고 지적을 많이 하지만 실제로 업계 현안에 대해 밝고 금융감독당국과의 가교 역할을 잘할 수 있는 인물을 추려내는 것은 업계로서는 당연한 입장”이라며 “다만 봐주기식 검사 등과 같은 부작용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업계와 당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