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장과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의 또 다른 직책은 디자인경영센터장이다. 이들은 두 회사 제품 디자인을 책임지는 수장이지만, 공교롭게도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다. 이유는 뭘까.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제품 개발단계부터 사용자 관점에서 기술과 디자인을 최적화하는 방안으로 엔지니어 출신 C레벨에게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맡기고 있다. ‘훌륭한’ 디자인이 아니라 ‘편리하고’, ‘잘 팔리는’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LG전자는 지난해 말 카이스트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출신인 이건표 디자인경영센터장(부사장)이 후배 양성을 위해 회사를 떠나자, 안승권 사장에게 후임을 맡겼다. 안 사장은 2007년 초콜릿폰을 개발, LG 휴대폰의 성장을 이끌었던 주인공이다. 그가 기술뿐 아니라 디자인까지 함께 책임지게 된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디자인은 제품 개발 초기부터 함께 진행하는 만큼 기술과 디자인은 예전처럼 별개 사안이 아니다”며 “사용자 중심 디자인을 위해서는 기술과 디자인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디자인이 빠진 연구개발(R&D)은 무의미하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2001년 부문별로 나뉘어 있던 디자인 조직을 통합해 디자인경영센터를 만들었다. 초대 센터장은 디자이너 출신인 정국현 상무. 삼성전자는 그러나 디자인과 기술의 융합을 위해 2005년 당시 최지성 DM(디지털미디어) 총괄 사장을 디자인경영센터장으로 임명했다.
최종 세트 제품을 생산, 판매하면서 소비자와 직접 부딪히는 최고경영자가 디자인을 총괄하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2009년 바통을 이어받은 윤부근 사장은 제조, 영업, 마케팅 등을 챙기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매년 2차례 진행하는 디자인 전략회의를 직접 주관하며 사업부별 의견을 모으고 있다.
지난 5월에도 서초사옥에서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 이상훈 경영지원실장(사장), 홍원표 미디어솔루션센터 사장, 이돈주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사장), 김현석 VD사업부장(부사장) 등과 함께 디자인 전략을 논의했다. ‘보자마자 삼성 제품이라고 알 수 있도록 디자인하자’는 게 당시 공통된 의견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M부문이 아닌 CE부문장이 디자인경영센터장을 맡은 것은 TV,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등 제품군이 휴대폰 카메라 등에 한정된 IM부문에 비해 다양하기 때문”이라며 “소비자 접점에서 의견을 직접 듣고, 디자이너 역량을 접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