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윤신애 대표는 10여년간 드라마 제작을 하면서 쌓아온 경험과 실력을 바탕으로 사과나무픽쳐스라는 회사를 세웠다. 사과나무픽쳐스는 가족 같은 드라마 제작사다. 대표를 포함해 총 4명의 직원과 8명의 소속 작가가 회사를 이끌어 나간다. 사과나무픽쳐스의 첫 작품은 SBS 드라마 ‘봄날’이다. ‘봄날’의 실질적 제작은 싸이더스에서 맡았지만 사과나무픽쳐스 직원들이 첫 프로듀싱한 작품으로 의미가 깊다. 이 과정에서 2005년 사과나무픽쳐스는 ‘어느 멋진 날’의 일본만화 원작인 ‘에덴의 꽃’ 판권 계약을 하게 된다. 당시 일본의 고단샤나 쇼가쿠칸 같은 큰 출판업체에서 신생회사인 사과나무픽쳐스에 원작 판권 계약을 진행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고, 사과나무픽쳐스에는 큰 기회였다.
여기에 힘을 받아 사과나무픽쳐스는 2007년 한해 동안 4개의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박건형, 이하나, 박시연, 김남길의 활약이 돋보인 KBS ‘꽃피는 봄이 오면’(2007), 손창민과 이기우가 출연한 OCN ‘키드갱’(2007), 이태성이라는 신인을 발굴한 MBC ‘9회말 2아웃’(2007), 화려한 액션과 감각적 영상으로 화제를 낳은 ‘개와 늑대의 시간’(2007) 등이다. 사과나무픽쳐스는 ‘개와 늑대의 시간’의 엔딩 장면인 석양이 붉게 물든 어스름녘을 촬영하기 위해 서슴지 않고 일본 현지 촬영을 단행했다.
작품 제작에 있어 작은 것 하나까지 세심하게 챙기고 애정을 쏟은 결과 ‘개와 늑대의 시간’은 2008년 제3회 서울 드라마 어워즈에서 인기상을 수상했다. 반면 ‘9회말 2아웃’은 야구를 소재로 삼다 보니 캐스팅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었던 작품이다. 야구를 잘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던 제작사와 방송국은 협상 끝에 이태성을 투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이후 사과나무픽쳐스는 드라마 제작과 더불어 눈에 띄는 신인을 발굴하고 싶다는 회사의 이념으로 단막극 제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신선한 배우와 작가, 참신한 극본과 함께 작업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둔 것이다. 이에 ‘도시락’(2010), ‘나야 할머니’(2010), ‘초혼’(2010), ‘섬집아기’(2011) 등 단막극을 제작했다. 영화 제작에도 나섰다. 신현준 주연의 ‘우리 이웃의 범죄’(2010)와 류승수 주연의 ‘제비가 온다’(2011) 등이 있다.
한동안 미니시리즈 제작에 뜸했던 사과나무픽쳐스는 2013년 주원과 최강희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7급 공무원’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국정원을 주된 무대로 신입 요원들의 훈련 과정을 흥미롭게 그려냈고, 서로의 신분을 숨기고 사랑을 키워나가는 주원과 최강희의 달달한 로맨스는 안방극장을 설레게 했다.
사과나무픽쳐스 윤신애 대표는 “기획하는 회사라는 이미지는 계속 갖고 가고 싶다. 처음에는 정말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우리가 만드는 건 모두 특별해야 한다고 여겼다”며 “방송 3사만 생각하기보다 차별화된 콘텐츠로 다양한 채널에서 영역을 넓히고 싶다. 콘텐츠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어느 채널이나 갈 수 있다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사과나무픽쳐스는 미니시리즈 ‘사랑한다고 말해줘’ 16부 스토리를 완성했고 본격적인 대본작업을 앞두고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꿔 보고자 시도한 드라마 ‘사랑한다 말해줘’는 2014년 1~2월쯤 방송될 예정이다. 또한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주최한 신화창조 프로젝트 당선작인 사극 ‘약령의 연인’과 여자의 복수를 다룬 24부작 미니시리즈 ‘황금가지’ 제작도 계획하고 있다.
[연예산업파워를 찾아서 ⑫사과나무픽쳐스]윤신애 대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건강한 드라마 만들고 싶어”
“어느덧 1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네요.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어요. 여자이기 때문에 더 열심히 일했죠. ‘여자니까 너는 안 돼’라는 말을 듣기 싫었거든요. 여자들이 보는 시각의 강점을 살리고 싶었어요. 여자의 감성으로 드라마를 만들고 싶었어요.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건강한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요.”
사과나무픽쳐스에는 여성 CEO가 있다. 드라마 제작환경이 녹록지 않기에 여성이 드라마 제작사 대표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방송가에선 보기 드문 일이다. 사과나무픽쳐스 윤신애 대표는 남달랐다. 환하고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는 그의 이미지 속에서 강단 있는 CEO의 모습과 대한민국 엄마로서의 따뜻함과 편안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윤 대표는 “대학원 석사논문을 쓸 때 우연히 애니메이션 제작사 선우에서 일하게 됐다. 3~4개월 정도로 짧은 기간이었지만 일이 무척 재밌었다. 그게 시작이었다”며 “드라마 제작을 해보지 않겠느냐는 김종학 감독의 질문에 좋다고 답했다”고 드라마 제작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윤 대표는 김종학 감독과 함께 약 10년간 일하면서 드라마 제작의 경험과 실력을 키웠다. 그는 드라마 ‘아름다운 날들’과 ‘해신’의 기획 단계부터 작가회의, 캐스팅, 편성 등 모든 일선의 업무를 도맡아 했다. 윤 대표에겐 늘 가족보다 일이 우선이었다. ‘해신’ 촬영 당시 윤 대표는 어머니가 암 투병 중이었지만 드라마 제작이 먼저였다. 윤 대표는 “어머니가 아이를 다 키워주셨고 제 일을 모두 이해해주셨다.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느끼고 나니 ‘내가 안 해도 됐잖아. 누군가는 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마음이 아프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윤 대표는 2004년 사과나무픽쳐스라는 독립회사를 설립한 후 모든 열정을 쏟았다. 2007년 그는 임신 상태로 4개의 작품을 해냈다. 윤 대표는 “‘개와 늑대의 시간’을 제작할 때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원 없이 사랑하고 헤어지면 미련이 없는 것처럼 온 힘을 기울여 제작하면 실패해도 후회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 2’를 만드는 건 어떨까?”라고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윤 대표의 드라마 제작에 대한 애정과 열정은 그가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모두 녹아 있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건강한 드라마를 만들기 원했다. 윤 대표는 “연속극을 한 번도 못해 봤다. 이전에는 연속극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연속극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이 다 녹아 있는 듯하다”며 “내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고 앞으로의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