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엉터리보고서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 IR보고서를 그대로 복사해 내놓는 무성의한 보고서가 있는가 하면 기본적인 계약 관계조차 파악하지 않고 투자의견 ‘매수’를 명시한 보고서가 적지 않다. 업계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로 상황은 심각하다.
최근 게임주들이 페이스북의 “2억명 사용자에게 게임 공급” 발표를 호재로 급등했는데 다른 한편으론 증권사들이 부추긴 측면이 강하다.
페이스북의 이 날 발표에는 그 어디에도 계약했다거나 확정했다는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거론된 게임상장사들은 물론 다른 게임주들까지도 기대감에 급등세를 보였다.
여기에 증권사 연구원들도 가세했다. 구체적인 수치나 전망에 대한 근거 없이 오직 페이스북의 계획과 검토인 상황에서 매수 보고서를 잇달아 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일 위메이드에 대해 페이스북과 제휴로 중장기 해외 확장성을 강화했다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8만2000원을 유지했다. 같은 날 삼성증권도 위메이드에 대해 페이스북의 파트너사로 선정된 후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7만3000원을 유지했다.
한국투자증권만이 아직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시기가 공개되지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냈을 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흥행 여부와 규모를 예상하기 어렵고, 앞으로 퍼블리싱 게임수가 늘어날 것을 고려하면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은 이르다”고 판단했다.
객관적이고 신뢰성이 높아야 할 증권사 보고서가 투자자들의 묻지마 매매를 부추긴 셈이다.
이런 일은 최근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바이오업체 젬백스에서도 비슷하게 재현됐다. 시가총액 1조원까지 급등하는데 일등공신은 증권사 보고서였다. 하지만 모두 투자의견 없는 보고서였다.
2010년 6월경 LIG증권에서 ‘췌장암 항암 백신 임상 3상 시험 순항’이라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주가는 뛰기 시작했다.
이후 10여 건의 보고서들도 모두 하나같이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였다. 올 4월 키움증권에서 ‘항암 백신보다 항암염증 적응증 치료제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주가는 5만원 고지에 올라섰다.
하지만 시가총액 1조원이 넘은 지 두 달여만인 올 6월 초 주가는 급락했다. 연구원들의 기대감이 높다는 보고서와는 정반대로 항암 백신 실패 소식이 들리면서 주가가 반 토막이 났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 대한 증권사 연구원들의 보고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몰캡이라는 시가총액이 작은 상장사에 대한 보고서는 정보 전달 차원에서 이같은 보고서를 낼 수도 있다” 면서 “하지만 시가총액이 수천억 원에 달하는 중대형 종목들까지 단순 기대감을 나타내는 보고서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여건이 어렵지만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하려면 중소형주 분석을 보다 체계화하고 믿을만한 보고서를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