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은 늘어나는데 팔 곳은 없어…은행권 NPL시장 진입 ‘눈독’

입력 2013-09-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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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1.4% 이하로 맞춰야…NPL 2위 ‘우리F&I’ 매물로 인수 군침

은행권이 또 다시 부실채권(NPL)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기업와 가계의 부실채권을 한꺼번에 털어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이에 일부 은행들은 아예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부상한 NPL시장 진입을 노리는 등 관련시장을 중심으로 일대 변화가 예상된다.

6일 금융감독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은행권이 맞춰야 할 부실채권 비율(총 대출에서 고정 이하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1.4%로 잠정 확정됐다. 지난해 평균 목표치인 1.3% 보다 다소 완화된 목표치로 은행권 부실채권 중 약 4조원 가량이 NPL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말 1.79%이던 은행권 기업대출의 부실채권 비율은 6월 말 2.22%로 급상승했다. 조선·해운·건설업종의 부실화 탓에 지난 2분기에만 10조7000억원의 새로운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분기별 신규 부실채권 규모가 10조원을 돌파한 건 2010년 이후 처음이다.

은행권이 신규 부실채권 발생보다 더 우려하고 있는 것은 부실채권을 팔려고 해도 사줄 곳이 마땅치 않는 등 시장의 경색이다. 은행들의 수익성 악화도 부실채권 정리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채권을 털어내면 부실채권 비율은 떨어지지만 이익도 함께 감소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잇따라 부실처리(배드뱅크) 전문업체들의 매각을 앞두고 있어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맞춰야 하는 은행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국내 NPL시장에서 1위·2위를 달리고 있는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우리F&I가 일제히 매물로 등장해 은행권이 부실채권 처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내 NPL시장은 유암코가 50%, 우리F&I가 30%를 차지하는 과점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고민에 시중은행들은 NPL시장 진입까지 고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독을 들이는 곳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우리F&I다. 지난 2001년 설립된 국내 1호 민간 배드뱅크다. 우리F&I를 인수하면 민간 최대 NPL운용사를 갖게 되는 셈이다. 현재 신한지주를 비롯해 하나금융, 기업은행 등이 실무적으로 인수 여부를 위한 검토작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유암코는 국민·신한·하나·기업은행이 각각 17.5%씩 지분을 갖고 있다. 우리·농협은행도 15%씩 갖고 있다. 은행법상 15%를 넘는 지분을 보유할 경우 자회사로 분류되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에서 15% 초과분인 2.5%씩을 모아 10% 가량이 매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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