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동양그룹 사태를 방조했다.’
지난 17, 18일 이른바 ‘동양 국정감사’가 끝났지만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무엇보다 부실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팔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단속을 하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의 갈팡질팡한 답변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되고 말았다. 지난 8월 청와대에서 열린 서관별회의에서 당초 발언과 달리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신제윤 금융위원장, 최수현 금융감독원장, 홍기택 산업은행지주 회장 등이 참석해 동양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논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과 금융당국이 동양그룹 사태를 예측하고도 방치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별관회의는 매주 청와대에서 열리는 거시경제정책협의회다. 경제부총리와 청와대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석한다.
문제는 최 원장이 이날 회동에 대해 반복적인 말 바꾸기로 회동 자체를 부인하면서 동양사태 관련 의혹을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최 원장은 회의에서 동양그룹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의원들의 질타에 나중에 번복했다.
이날 최 원장 발언에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위증 논란의 중심에 섰다. 최 원장이 서별관회의에 신 위원장도 참석했다고 추가 증언함에 따라 17일 국감에서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고 총리실에만 했다”는 신 위원장의 답변이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번 정무위 국감에선 여야 의원들은 금감원이 동양그룹의 자금난과 편법 지원 상황을 10년 넘게 인지하고도 막지 못한 점을 집중 비판했다. 지난 2005년과 2009년 금융투자업법 개정 등으로 규제가 완화되면서 금감원의 권한이 줄었다지만 문제를 방기한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06년부터 동양증권에 대한 검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최 원장은 “솜방망이 처벌에 대한 비판을 잘 알고 있으나 2006년과 2008년 검사 당시 제재 수준의 합당함은 객관적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가 혼쭐이 났다.
또한 증인으로 출석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대부업 계열사인 동양파이낸셜대부와 티와이머니대부가 각종 규제를 피하기 위한 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했다”는 발언에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헛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또 박대동 의원(새누리당)은 금감원 자료를 분석해 동양파이낸셜대부의 자금 지원이 경영악화로 지난달 30일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집중됐다고 밝혔다.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에 각각 7771억원과 5809억원의 자금이 지급됐는데 이는 그룹 전체 계열사에 빌려준 자금의 87%에 해당한다.
한편 서별관회의에 참석했던 인사들과 현 회장의 학연 역시 논란이 됐다. 조 수석과 현 회장은 경기고와 서울대 동문이다. 현 회장의 경기고 4년 후배인 홍기택 산은 회장은 동양증권 사외이사를 지낸 이력이 있다. 최 원장은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과 서울고 동기동창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인연으로 현 회장이 정부와 금융당국에 지원 요청을 다각도로 했을 것이란 추측이다. 현 회장은 지난 18일 국감에서 ‘산업은행에 지원을 요청하기 위해 정부 당국자를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최 원장 역시 “정진석 동양증권 사장을 취임 이후 한 차례로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