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재계 인사에서 주요 관전포인트 가운데 하나는 오너 2·3세들의 승진 여부다.
올해는 오너 일가의 대규모 승진 잔치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1~2년간 삼성 등 주요 그룹의 2·3세 경영인이 승진했기 때문이다. 또 경제민주화 역풍 우려와 실적 하락도 오너 2·3세 승진에 다소 부담이 있다는 관측이다.
재계 1위 삼성의 경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의 사장 승진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2010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한 뒤 3년이 지난 만큼 이번 인사에서 사장 승진 가능성이 높다. 이서현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승진한 뒤 3년이 지난 이부진 호텔신라 및 에버랜드 사장의 승진 가능성도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해부터 부회장 직함을 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회장 승진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도 승진보다는 보직을 추가로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주력 계열사 현대제철에서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철강사업이 일원화되는 만큼, 품질부문을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이 내년부터 경영 전반을 관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GS그룹 역시 3·4세 오너 일가의 승진은 비교적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GS그룹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상무를 비롯한 3·4세 오너 일가들이 올 초 정기인사에서 대거 승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GS건설 실적악화 등 그룹 내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사정이 좋지 않은 것도 승진에 부담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삼남매도 올 초 대한항공의 부사장(조원태, 조현아)과 상무(조현민)로 승진해 이번 인사에서는 큰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승진한 구본무 회장의 양아들 구광모 LG전자 부장 역시 올해 임원 승진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한화그룹의 경우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차장)의 승진이 기대된다. 김 차장은 2010년 입사, 2011년 12월부터 한화솔라원 기획실장을 맡는 등 한화그룹의 주력인 태양광 사업의 일선을 지휘해 왔다. 김 차장은 매년 정기인사 시즌에서 승진 가능성이 점쳐져 왔지만 지금까지 승진한 적이 없다. 하지만 올해 김 회장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김 차장의 역할도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승진 폭이 컸던 데다 정권이 바뀌며 재벌 기업들이 조심하고 있는 분위기 탓에 오너가 승진은 소폭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