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살 수가 없어요. 휴대폰 대리점마다 가격이 다르고 복잡한 요금제를 두고 할부 원금, 약정 기간 등을 운운하면서 설명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습니다.”
휴대폰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의 하소연이다. 새 휴대폰 장만에 설레야 하지만 어쩐지 부담스럽기만 한 이유는 왜일까?
휴대폰 매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불법 행위들 때문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출시되는 최신폰과 요금제, 약정기간, 할부 원가 등 휴대폰을 개통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넘어야 할 벽은 너무 많다.
중장년층 고객이라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주부 김은주(54)씨는 “휴대폰을 바꿀 때마다 아들이 직접 요금제부터 단말기까지 골라 줬다”면서 “내가 직접 가 보니 도통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고, 손해 볼 것 같았다”고 말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휴대폰 매장. 매장들은 이통사와 제조사로부터 지급되는 보조금과 판매촉진비 등 인센티브를 꼬박꼬박 챙긴다. 그런데 이는 가입자를 유치했을 때만 받을 수 있다.
약정기간은 필수이고 LTE 요금제 등 비싼 요금제로 팔 경우 이득은 커진다. 매장에서 2년에서 심지어 3년 약정을 권하고 비싼 LTE폰을 추천하는 이유다.
휴대폰 매장은 대리점과 판매점(대리점의 재위탁점)으로 나뉜다.
휴대폰 대리점들은 개통 실적에 따른 수수료를 매달 받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가입자를 확보해야 한다. 반면, 판매점은 단말기 판매로만 수익을 얻는 대신 이통3사 제품을 모두 취급해 장려금 높은 휴대폰을 판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쟁이 치열한 LTE 요금제의 경우 이통사 장려금이 많다 보니 스마트폰 한 대를 판매할 경우 수십만원에 이르는 수입을 거둘 수 있다.
이른바 한 대만 팔아도 그날 퇴근, 회식이나 월급에 버금가는 돈을 벌 수 있다는 의미의 퇴근폰, 회식폰, 월급폰이란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업계 관계자는“판매자는 정보력이 부족한 소비자, 일명 호갱님(호구+고객님)에게 단말기를 비싸게 판매하고 이통사로부터 받은 인센티브까지 챙겨 수익을 올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통사들은 판매 가이드라인을 내려 보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건당 2만원을 차감하는 등 대리점과 판매점으로부터 장려금을 환수하기도 한다. 이통사의 과열 경쟁과 불법 보조금, 가이드라인 등이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들의 ‘횡포’를 불러일으킨 것.
이통사뿐만 아니다. 제조사들의 이른바 ‘판매 장려금’도 문제가 되고 있다.
휴대폰 대리점에서 근무하는 안모(27)씨는 “솔직히 특정 회사의 단말기를 많이 권유했다. 이유는 하나 팔았을 때 그만큼 장려금과 인센티브가 많기 때문”이라면서 “실제로 제조사 직원들이 대리점을 방문해 판매에 신경을 써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장은 더 심각하다.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해 늦은 밤 특정 시간대에만 치고 빠지는 이른바 불법 ‘스팟 보조금’이 활개를 치고 있다.
같은 모델임에도 시간대별로 가격이 달라져 고객을 우롱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달 19일 휴대폰 가격 비교 사이트 ‘뽐뿌’에서는 팬택 베가 넘버6(출고가 84만9000원)의 가격이 시시가각 달랐다. 이날 새벽 1시 18분에는 KT번호이동에 한해 할부 원금이‘공짜’였다. 하지만 같은 날 오후 4시에는 할부 원금이 24만9000원으로 오르는 등 널뛰기 가격 현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