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내년도 세입예산 가운데 과태료를 올해보다 360% 넘게 늘려 잡은 것으로 4일 확인됐다. 증세 없이 세수난을 해결하기 위해 과태료와 같은 세외수입도 늘리라는 정부 채근에 따른 것이다.
국세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2014년도 예산안 자료에 따르면 내년 벌금·몰수금 및 과태료 목표세입은 총1495억400만원이다. 2012년 426억800만원에서 올해 717억6200만원으로 늘린 데 이어 내년에 또 다시 두 배 이상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서 편성한 벌금·몰수금·과태료 전체수입이 3조6601억원으로 올해(3조2665억원)보다 12% 늘은 데 비해서도 증가폭이 크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증액된 건 과태료로, 올해 179억9700만원이었던 목표치를 내년에는 무려 661억3200만원(367.5%) 늘어난 841억2900만원으로 책정했다.
국세청 과태료는 세목이 신설된 2010년 징수액이 8억1900만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 108억6300만원, 2012년 389억6200만원으로 무서운 속도로 늘고 있다. 올해의 경우 6월까지 515억9800만원을 부과, 연 목표액보다 벌써 세 배 가까이 더 걷었다.
경찰청이 주로 질서위반 사범에 과태료를 부과한다면, 국세청은 조세범에 과태료를 매기고 있다. 국세청은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면세유를 부정 유통시킨 자에 대해 판매가액의 3배 이하, 현금영수증 발급의무 위반자에겐 미발급액의 50% 이하 등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또 국제조세조정법에 따라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불이행자에게 미신고금액의 10% 이하 과태료를 물리기도 한다.
국세청의 내년도 과태료 목표세입이 급증한 건 새 정부 들어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현금으로 결제 받고도 탈세 목적으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은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 자영업자와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불이행자 등에 대한 감시를 보다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세수가 모자란 상황에서 과태료를 비롯한 벌과금을 통해 곳간을 채우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특히 정부는 당초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정한 내년도 과태료 예산 755억100만원에 100억원 가까이 더 얹으며 등을 떠밀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강병구 소장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한 정상적인 과세 방식으로는 세수확충이 부족해 벌과금으로라도 재원을 충당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과태료까지 의존하기보단 지속가능한 재정수입 확보수단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과태료란? 행정 법규 등 형벌의 성질을 가지지 않는 법령위반에 대해 부과되는 금전적 징계를 가리킨다. 주차위반 시 부과되는 과태료가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