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직에서 물러나겠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사진>이 42년 동안 몸담았던 하나금융과 완전한 결별을 준비한다.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유지했던 고문직을 내년 3월 계약 만료와 함께 완전히 손을 떼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금융감독원 검사 과정에서 고액의 고문료 논란과 과도한 미술품 구매 의혹 등이 확산되자 적잖은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4일 “김 전 회장이 가능하면 계약 만료전에 고문직 조기 사퇴 의사를 전해왔다”면서“그러나 고문직에서 조기 사퇴할 경우‘실제 그런 일이 있었다’는 식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어 내년 3월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 검사에 따라 김 전 회장이 책임질 문제가 발생하면‘계약 만료전에 고문직을 내려 놓을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본사 건물 16층에 고문 사무실을 두고 있었지만 최근 집기를 재단 이사장으로 있는 하나고등학교로 옮기고 완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하나금융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김 전 회장을 상대로 쏟아지는 의혹과 비난 여론에 속앓이를 했다. 김 전 회장이 사퇴 이후에도 여전히 왕회장으로 불릴 정도로 막후 실세로 지목되면서 하나은행에 대한 금감원 검사가 김 전 회장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했다.
실제 이번 주 중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를 마치는 금감원은 김 전 회장이 실제로는 거의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4~5억원의 고액의 고문료을 받은 사례와 하나은행의 미술품 구매에 있어 책임소재 유무를 집중 검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회장 재임시절 하나은행이 4000여 점의 미술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은행 임직원 출신이 관여하는 회사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면서 비자금 조성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재임기간 동안 자회사인 하나캐피탈이 영업정지 위기의 미래저축은행 증자에 참여토록 해 손실을 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하나캐피탈은 지난 2011년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 때 145억원을 투자하는 대신 미래저축은행 소유의 그림 5점, 김찬경 회장 등의 주식과 서울 압구정동 소재 아파트, 미래저축은행 서초동 사옥 등을 담보로 잡았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선 지분 취득이었지만 사실상의 담보 대출 형태를 모습을 보여 ‘비정상적인 거래’라는 시각이다. 여기에 김 전 회장이 지난해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받은 특별퇴직금 35억원도 과도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