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노조 파업 등을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책임총리·장관제’를 실천해야 한다는 지적이 크다. 정치권 안팎에선 총리와 장관 등이 현안에 대한 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각종 사태에 ‘뒷북’을 치는 느낌을 주면서 문제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정 현안에 대한 대책을 일일이 지시하는 박 대통령의 ‘깨알리더십’이 장관의 자율권을 제약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청와대가 사실상 모든 현안을 주도하면서 내각이 대통령 눈치를 살피는 구태를 되풀이하고 있단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4일 철도노조의 불법 파업과 관련, 정부 각 부처의 미숙한 대응을 강하게 질타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처 장관들이 철도 파업 문제를 마치 코레일과 경찰 만의 문제인 양 ‘남의 일’ 보듯 하고 있다는 것이다.
노사문제의 주무장관인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3일 국회 환노위에 출석해 경찰의 민주노총 진입을 “사후에 알았다”고 답했고, 철도파업 과정에 대해 “직접 노조 집행부를 만나 설득하는 기회는 갖지 못했다. 아마 했어도 내 말을 듣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여야 모두로부터 ‘직무유기’라는 비판을 받았다. 게다가 각료는 물론 노사문제에 전문성을 갖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청와대 참모도 없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11월6일 정치쇄신안을 발표하며 “장관에게 헌법과 법률에 따른 실질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면서 책임총리제를 대선 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아울러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단을 막기 위해 총리 및 국무위원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로 인해 국무위원 제청권과 정책조정 기능 등 헌법에 보장된 총리의 권한을 강화한 책임총리제를 조각을 통해 실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장관에게 인사·예산·조직 권한을 일임하겠다던 박 대통령의 책임총리제 공약은 집권 이후 공수표가 됐다. 어느 순간부터는 책임총리제에 대한 언급도 사라졌다. 이런 상황에서 현안에 대해 장관이 소신을 갖고 의견을 조율하거나 갈등을 선제 대응하긴 힘들다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부처가 정책을 내놓는 ‘뒷북행정’을 되풀이 한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전문가들은 ‘책임총리·장관제’ 확립을 위해선 “대통령이 장관의 전문성에 맞는 권한을 부여하되 과감히 책임을 묻는 국정운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